전세사기 몰랐다 해도…'브로커 요구대로 감정가↑' 감정평가사 유죄

기사등록 2026/07/18 09:00:00 최종수정 2026/07/18 09:18:24

브로커 요청에 오피스텔 감정가 1400만원 상향

法 "전세사기 범행에 용이…죄 가볍지 않아"

[서울=뉴시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전경. 2025.09.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브로커의 요구대로 감정가를 부풀려 결과적으로 전세사기를 도운 것으로 조사된 감정평가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5단독(김범진 판사)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감정평가사 박모(62)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 소재 감정평가법인 지사 소속 감정평가사인 박씨는 2022년 5월 감정평가 브로커 김모씨로부터 인천 미추홀구의 한 오피스텔에 대해 1억6900만원으로 감정평가를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건물요인 항목을 과대 산정해 요구받은 금액 그대로 감정평가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앞서 진행한 탁상감정에서 해당 오피스텔의 가액을 1억5500만원으로 산정했으나, 김씨가 인근 다른 호실의 높은 감정 사례를 잇달아 제시하며 재검토를 요청하자 결국 애초 요구액에 맞춰 감정가를 올려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김씨의 요구·유도 행위에 따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초 탁상감정가액과 희망감정가액이 1400만원이나 차이가 나고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요청한 금액에 맞춰준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원의 타당성조사 결과 해당 감정평가는 물적 유사성이 낮은 비교사례를 선정하고 건물요인 격차율을 과다 산정하는 등 시장가치 증거자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박씨가 같은 브로커로부터 다른 오피스텔에 대해 유사한 방식으로 감정평가를 요구 받았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감정평가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유도·요구 행위'에 대해 "평가목적물의 객관적 시장가치를 벗어난 수준의 특정한 가액을 제시하며 강요나 이에 준하는 압력이 포함된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압력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공공성을 지닌 전문직인 감정평가사임에도 브로커의 유도에 따라 고가로 감정평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세사기 범행이 용이하게 됐는데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전세사기 범행을 알면서 가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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