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권 빌라 매수심리 역대 최고
전세난 심한 동북권 상승폭 최대
서울 연립주택값도 3.37% 올라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빌라로 매수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수심리는 전세난이 극심했던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09.0을 기록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여파로 전세난이 확산했던 2021년 9월 113.3 이후 4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0과 200사이의 값으로 매도자와 매수자의 비중을 지수화한 지표다. 기준선인 100을 넘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는 의미다.
권역별로는 은평·서대문·마포구가 포함된 서북권의 매매수급지수가 110.6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종로·중·용산구가 속한 도심권은 111.2, 성동·광진·중랑·노원·도봉·강북구가 포함된 동북권은 111.0으로 집계됐다. 두 권역 모두 2021년 9월 이후 4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아파트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든 지역일수록 빌라 매수심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가 강화된 이후 동북권에서는 중랑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6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대문구는 66.8%, 노원구는 63.4%, 도봉구는 56.7% 줄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는 동안 동북권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수급지수는 104.5에서 111.0으로 6.5포인트(p) 상승했다.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진 임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낮고 대출 제약이 적은 빌라 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세가 비교적 완만했던 도심권과 동남권에서는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수급지수가 각각 1.5p, 1.4p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서남권에서는 같은 기간 구로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71.7% 줄었고 금천구와 관악구도 각각 58.7%, 52.0% 감소하는 등 전세 매물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매매수급지수는 105.7로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남권은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태가 불거졌던 2022년 말 매매수급지수가 73.7까지 떨어졌던 지역이다. 대규모 전세사기의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요가 유입되면서 연립주택 매매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전국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0.99%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0.09%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3.37% 상승했다. 아파트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파트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연립·다세대주택으로 매수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노도강과 금관구 등 서울 외곽 지역도 올해 아파트값이 상당 폭 오르면서 실수요자의 가격 부담이 커졌다"며 "대출까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립·다세대주택이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연립·다세대주택 신규 공급이 많지 않아 역세권이나 신축, 모아타운 등 정비사업을 통해 향후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는 주택을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bsg0510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