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여고생 강간 등 살인 공소사실 모두 인정"(종합)

기사등록 2026/07/13 10:49:47 최종수정 2026/07/13 11:25:00

범행 직후 고수한 "강간 목적 아냐" 주장 첫 번복

검찰, 범행 장면 담긴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 제시

살인죄 적용한 경찰 초동 수사 부실 논란 커질 듯

[전남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가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형사과를 빠져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26.05.14. lhh@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법정에서 성폭행 목적으로 접근했다가 저항하자 살해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처음으로 모두 시인했다.

뒤늦게 장윤기가 성범죄 고의를 인정하면서 관련 증거를 간과·누락하고 자백 진술을 확보 못한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에 대한 논란이 격화할 전망이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 부장판사)는 13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성폭행)·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장윤기 측 법률대리인은 블랙박스 영상 등 검찰의 추가 증거까지 확인한 뒤 제출한 이달 10일자 의견서와 마찬가지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장윤기 역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네"라고만 답했다.

첫 재판에서는 의견 표명을 보류했던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시인했다. 사건 발생 이후 두 달 넘게 줄곧 성범죄 목적 범행을 부인해왔던 입장을 처음 번복한 것이다.

장윤기는 올해 5월5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고등학교 인근 인도에서 귀가하던 이채원(17)양에게 성범죄 목적으로 접근하다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자 고등학생(1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달 3일 직장 동료인 20대 외국인 여성 A씨를 감금 성폭행·스토킹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던 지난해 6월부터 7월 사이 7차례에 걸쳐 중학생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 등으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장윤기가 A씨를 상대로 범행한 5월3일부터 이양을 살해하기까지 이틀 간 일련의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영상과 주차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 장윤기의 휴대전화에서 분석된 전자 정보, 부검 감정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날 증거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장윤기의 이양에 대한 범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도 재생했다.

또 검찰은 경찰이 뒤늦게 송부한 장윤기 원룸 내 '리얼돌' 유전자정보(DNA) 감식 보고서, 범행 당일 경찰 차량 수색·감식 영상을 재판부에 추가 제출하겠다고 했다.

차량 감식 영상 속 조수석에 놓인 '케이블 타이'(공업용 묶음 끈)는 장윤기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의 준비 도구로 판단한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거 직후 장윤기가 거듭 "죽기 전에 누구든 데려가려 했다"는 취지로 우발 범행을 주장하자, 당초 경찰은 형법상 살인 혐의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윤기 자택 내 훼손된 인체 모형 성인용품(리얼돌), A씨 대상 성범죄 당시 수법 유사성, 범행 직전 장윤기가 범행 차량 뒷문을 미리 열어둔 점 등을 들어 혐의를 '강간 등 살인'으로 바꿔 기소했다.

형법상 살인은 유기 징역도 선고 가능하지만 성폭력처벌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 만이 가능해 처벌이 더 무겁다.

검찰은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충분히 유죄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윤기가 귀가 중인 이양의 뒤에서 다가가 팔로 의식을 잃을 정도로만 목 졸라 제압하려 한 행동부터가 성범죄에 나선 것이고, 피해자의 저항으로 미수에 그치자 흉기 살해까지 나아간 것으로 '강간 등 살인'이 성립한다는 논리다.

이양의 뒤에서 목을 조르는 방법은 앞선 A씨에 대한 성범죄 직전 제압 수법과도 일치한다.
 
장윤기가 검찰 공소사실대로 이날 강간의 고의를 인정하면서 경찰 초동 수사 부실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장윤기의 범행 동기 관련 정확한 자백 진술을 이끌어낼 주요 증거를 경찰 스스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의도성을 떠나 간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남광주=뉴시스] 양시원 기자 = 장윤기(23) 여고생 살인사건의 부실수사와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광주지검 수사관들이 7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광산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2026.07.07. goodwrite97@newsis.com


검·경은 당시 광주 광산서 수사팀이 리얼돌, 케이블 타이 등 성범죄 목적 살해를 입증할 증거를 누락 또는 인멸하고,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 장 경감에게 수사 동향을 누설한 의혹을 동시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당시 수사 지휘 과정에서 '강간 등 살인' 혐의 대신 '살인' 혐의 만을 적용한  배경에 윗선의 부당한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당시 수사팀장 경감 1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고, 당시 광산서장과 광산서 형사과장 등 수사 담당자 다수가 추가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광산서를 재차 압수수색하며 당시 서장 등 지휘책임자를 추가 입건했다. 이튿날 경찰도 광주경찰청장 등 수사 지휘부를 전면 압수수색하며 윗선 관여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구속된 경감은 직위해제됐고, 수사 당시 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6명은 대기발령된 상태다.

여론이 들끓자 미국 출장 중 급거 귀국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양 유족에게 사죄하고, '경찰 수사 신뢰제고 쇄신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후속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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