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음료 출하 감소세…재고율 100% 웃돌며 부담 커져
하이트진로·농심·풀무원, 뷰티·건기식·가전으로 사업 확장
"품질 경쟁만으론 한계…차별화·충성 고객 확보가 관건"
[서울=뉴시스]김상윤 기자 = 국내 먹거리 시장이 내수 침체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식품업계가 뷰티·건강기능식품·가전 등 비식품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 제조 현장에서는 제품 출하가 감소하고 재고 부담이 커지는 등 내수시장 정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로 본 2025~2026년 1분기 식품제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료품 제조업 출하지수는 98.1로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음료 제조업 출하지수도 95.6으로 6.7%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알코올음료 제조업은 9.3% 줄었다.
출하가 줄어든 가운데 재고 부담도 이어졌다. 같은 기간 식료품 제조업 재고율은 112.9%, 음료 제조업 재고율은 136.6%로 모두 100%를 웃돌았다. 특히 식료품 제조업은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존 먹거리 사업만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워지자 식품업계는 새로운 영역으로 성장축을 다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뷰티 분야에서 투자와 인수를 이어가며 신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4월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 운영사 바람인터내셔날에 투자한 '더뷰티 그로쓰캐피탈 신기술금융조합 제1호'에 전환사채(CB) 방식으로 투자했다.
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이보다 앞선 2024년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하며 화장품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비앤비코리아는 달바와 메디큐브, 더마팩토리, 닥터펩티 등 100여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현재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 매출 15위권에 올라 있으며, 주요 고객사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업계 톱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은 자체 개발한 식품 원료 기술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해외 시장으로 사업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농심은 2020년 '라이필 더마 콜라겐'을 선보이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유산균과 오메가3, 락토페린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출시하며 라이필을 종합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다.
올해는 중국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농심은 4월 중국 왕라오지약업과 기능식품 상호 도입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하반기 '더마콜라겐 비오틴맥스'와 '탱탱 젤리스틱'을 처음 수출하고, 왕라오지약업의 영업망을 활용해 현지 약국·대형마트·온라인 채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라이필의 콜라겐 기술은 먹는 제품을 넘어 바르는 화장품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농심은 지난 3월 화장품 제조기업 에프아이씨씨(FICC)의 바이오 뷰티 브랜드 아로셀과 콜라겐 화장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심이 라이필의 핵심 원료인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를 아로셀에 공급하면 아로셀이 이를 활용한 화장품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양사는 제품 출시 이후 173달톤(Da) 콜라겐의 기술력을 알리는 공동 마케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식품 제조 노하우를 주방가전에 접목하며 가전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풀무원은 2016년 가전 사업에 진출한 이후 가정간편식 시장 성장과 주방가전 수요 확대에 맞춰 제품군을 넓혀왔다. 현재는 조리뿐 아니라 보관과 음식물 처리까지 아우르는 '토털 주방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풀무원의 전체 가전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스팀쿡 에어프라이어' 등 대표 제품을 키워온 데 이어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에도 나섰다.
풀무원은 지난달부터 국내 5대 백화점 10개 매장에서 대표 제품인 '스팀쿡 마스터 플러스'를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전자랜드와 하이마트 등 가전 전문점을 통해 오프라인 판매를 진행했지만 백화점 입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접점을 넓히고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이 같은 사업 다각화는 저성장 국면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사업이 안정적인 성장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존 역량과의 연계성뿐 아니라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끌어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출산·저성장으로 국내 식품시장의 미래 성장성이 밝지 않은 데다 식품은 대량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여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생산라인이나 역량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연계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업이 소비자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으려면 품질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시장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부각하고 자발적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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