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의무휴업·영업제한 유통법 시행
홈플러스 회생 절차 폐지 후 완화 목소리
"규제, 전통시장 아닌 온라인 업체 살려"
국책연구기관도 규제 완화 필요성 언급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SSM에 대한 영업 규제는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전통시장 인근에 대규모 점포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등록제한'이 시행됐고, 2012년 의무휴업일 지정과 특정 시간 영업을 금지하는 '영업제한'까지 확대돼 대형마트는 '밤 12시 이후 영업금지'와 '한 달 2회 의무 휴업'을 지키고 있다.
대형마트의 확장으로 중소형상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으로 추진된 법 개정은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14년이 지나 당시 법률이 기대했던 상황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페이스북에 "10여 년 전 시장 환경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를, 오늘의 소비 여건에 맞게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그는 주말 의무휴업으로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가 전통시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린 것이 아니라,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온라인 플랫폼과 새벽배송 업체들을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도 변화한 시장에 맞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에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을 때 대형마트 매출이 증가했는데, 전통시장의 유의미한 매출 감소세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는 제도 도입 이후 온라인 소비 확산과 플랫폼 중심 유통구조 재편으로 소비 행태와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관련 법이 규제로 보호하려고 했던 전통시장 매출 증가보다는 온라인이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다.
KDI의 또 다른 보고서인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유통시장 정책 개선 방향'을 보면 1인당 온라인 지출이 1% 늘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가 같은 소비 수요를 두고 직접 경쟁한다는 뜻이다.
KDI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당시와 달리 현재는 온라인 유통시장이 전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며 "유통산업 정책의 방향을 다시 설정할 때 온·오프라인이 함께 경쟁하는 시장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계류 중인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역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온라인 주요 11개사는 연평균 12.8% 성장했는데 대형마트 주요 3사는 4.4% 역성장했다는 수치를 포함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4월 유통업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60.3%에 달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통매각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슈퍼마켓사업 부문인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후 재차 본체 등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가 새벽 배송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이미 공고하게 한 상태에서 알짜 점포들을 매각한 홈플러스를 사들이겠다고 나설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대형마트 업계 위기를 체감하고 있으며,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유통학회의 의뢰를 받아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4월1일부터 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통산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8%가 대형마트 업계의 위기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의무휴업 제도에 대해서는 '완화'(30.8%)와 '폐지'(28.7%)를 합한 응답이 59.5%로 '현행 유지'(30.4%)를 크게 웃돌았다. 영업시간 제한 역시 '완화'(32.0%)와 '폐지'(26.8%) 응답을 합하면 58.8%로 집계돼 규제 개선 요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관련 법 개정의 적기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현시점에서 대형마트를 '유통공룡'이라 부르며 옥죄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완전히 외면한 것"이라며 "규제 완화는 단순히 대형마트의 이익이 아니라 주변 골목상권까지 함께 살아나는 유통 생태계 선순환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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