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IBM 따라잡기? 미래 없다…김기환 IBS 단장 "K-양자컴, 카피캣 벗어나야"

기사등록 2026/07/07 16:39:29

[인터뷰]"과학에서 패스트 팔로워는 무의미"…탑다운 방식 지표 경쟁 경고

"퀀티넘 헬리오스, 슈퍼컴 넘은 거의 확실한 양자시스템이라는 의의"

"양자 성숙 위해 젊은 신진 연구자에 독립 연구 기회 지속 지원해야"

[서울=뉴시스]김기환 기초과학연구원(IBS) 트랩이온 양자과학연구단 연구단장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그룹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2026.07.07. hsyhs@newsis.com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과학에서 패스트 팔로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김기환 기초과학연구원(IBS) 트랩이온 양자과학연구단장은 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 양자기술 생태계가 단순 추격형 전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은 한국 양자 분야의 과제가 구글, IBM 등 해외 선도기관의 로드맵을 참고해 "저쪽이 얼마만큼 하니 우리나라도 얼마만큼 하자"는 식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후발주자 입장에서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자가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정부가 이를 수렴하는 자생적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칭화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하기도 한 김 단장은 미국과 함께 과학분야 최선도국을 달리고 있는 중국의 약진 사례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의 경우 겉으로는 정부 주도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양자 분야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형성된 연구자 커뮤니티가 있었고 그들이 하고 싶은 연구가 정부 과제로 수렴됐다"며 "한국은 아직 커뮤니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탑다운 성격이 강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중국 양자기술 도약의 배경으로 해외에서 박사·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친 젊은 연구자에게 귀국 직후 독립 연구 기회를 제공한 점을 꼽았다. 그는 "2011년께부터 젊은 연구자들이 좋은 대학 여부, 연구비 걱정 등 없이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다"며 "그것이 10~15년 쌓이면서 중국 커뮤니티가 확 바뀌었다. 2020년대부터는 한 해에 500~600명이 많은 연구비를 받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도 이 같은 신진 연구자 지원 구조가 필요하다는 게 김 단장의 제언이다. 그는 "한국도 인구 규모를 감안해 10명, 혹은 수십명부터라도 가능성 있는 젊은 연구자에게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과학 기술 측면에서는 최근 퀀티넘이 공개한 98큐비트 이온트랩 QCCD 프로세서 '헬리오스'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단순히 큐비트 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존 양자우위 실험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이면서 슈퍼컴퓨터가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구글이 2019년 보인 실험은 성공률이 0.1% 수준이어서 슈퍼컴퓨터로도 따라갈 수 있다는 반론이 있었다"며 "퀀티넘은 약 5% 성공률을 보였고, 이후 아무도 이 연산을 고전 컴퓨터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넘어선 거의 확실한 양자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글로벌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지표 경쟁에 뛰어드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김 단장은 "따라가려고만 하면 격차가 너무 크다"며 "우리는 그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찾아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양자생태계의 성숙 기준으로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 변화를 들었다. 김 단장은 "양자 분야가 젊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일로 받아들여지는 때가 와야 한다"며 "그때가 되면 한국 양자 커뮤니티가 제대로 형성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일 서울 DDP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6을 찾은 참가자들이 양자 기술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6.07.02. kkssmm99@newsis.com
다음은 김기환 기초과학연구원(IBS) 트랩이온 양자과학연구단장과의 일문일답.

Q. 최근 퀀티넘이 공개한 98큐비트 이온트랩 QCCD 프로세서 '헬리오스'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인지?

"단순히 큐비트 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퀀티넘이 98큐비트로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지 생각하다가 양자우위 실험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2019년 초전도 큐비트로 슈퍼컴퓨터를 넘어서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IBM이나 슈퍼컴퓨터 쪽에서 반론이 있었다. 성공 확률이 0.1%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퀀티넘은 비슷한 문제에서 약 5%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더 이상 고전 컴퓨터가 따라갈 수 없다는 점에서 슈퍼컴퓨터를 넘어선 거의 확실한 양자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Q. 헬리오스가 이온트랩 방식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온트랩 양자컴퓨터에서 이온을 이동시키며 연산하는 방식은 2002년께 제안됐지만 20년 넘게 큰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퀀티넘은 2021년께 20큐비트, 2023년께 50여큐비트, 이번에는 100큐비트 가까운 규모까지 올라왔다. 여러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을 텐데, 이온 이동 방식으로도 좋은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인 것이다. 성능이 좋아지면 논리 큐비트를 만들 때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도 줄어들 수 있어 여러 가능성을 열었다고 본다."

Q. 국내에서 연구단을 꾸리며 가장 크게 느낀 과제는 무엇인지?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 분야(양자과학) 자체가 아직 학위를 받은 연구자가 많지 않은 상태라 인력 양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기자재를 구매하거나 연구 환경을 갖추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도 있었다. 필요한 장비가 명확한데도 구매 프로세스가 오래 걸립니다.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Q. 양자컴퓨터 장비 국산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지?

"이온트랩 양자컴퓨터에는 레이저, 진공 장비, 제어 장비, 마이크로파 장비 등 다양한 장비가 필요다. 아직 국내산을 많이 찾기는 어렵다. 기술적으로는 각각의 부품을 국산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시장이다. 제가 10여년 넘게 있었던 중국의 경우  이 분야 연구자·학교·연구소·회사가 많이 늘면서 시장이 받쳐줬고, 해외 장비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국산화가 많이 됐다. 한국은 시장이 크지 않고, 처음부터 전 세계 제품과 경쟁해야 하므로 기업이 뛰어들기 어려운 점이 있다.”

Q. 한국의 반도체 강점이 양자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지?

"한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양자 분야에 기여하고 선도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반도체의 발전된 기술과 양자기술을 실질적으로 연결하려면 양자를 잘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떄문이다. 아직은 그런 인력이 굉장히 적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된 인력이 많이 생기고, 젊은 연구자나 기업이 이 분야에 안정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서울=뉴시스]김기환 기초과학연구원(IBS) 트랩이온 양자과학연구단 연구단장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2026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2026.07.07. hsyhs@newsis.com
Q. 한국 양자 연구가 해외 선도기업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가도 괜찮은건지?

"저는 과학을 하는 사람인데, 과학에서 패스트 팔로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남들이 이미 잘하고 있는데 똑같이 해서 무엇을 더 기여할 수 있겠나. 현재 우리나라는 구글이나 IBM 같은 리딩 그룹이 세운 로드맵을 국가 차원에서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연구자를 찾는 구조가 있는 것 같다.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자생적이라기보다는 탑다운 성격이 강하다는 점은 아쉽다."

Q. 중국 양자기술이 빠르게 올라온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제가 2011년 중국에 간다고 했을 때는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해외 학계에서도 중국 논문에 대한 불신도 컸다. 당장 중국인들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자리잡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에 돌아가서 일하고 싶어 하는 연구자가 굉장히 많아졌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해외에서 박사나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친 중국인 젊은 연구자들이 자국에 돌아와 좋은 대학, 좋은 학생, 충분한 연구비를 갖고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10~15년 쌓이면서 커뮤니티가 확 바뀌었다."

Q. 한국이 중국 사례에서 참고할 점은 무엇이 있을지?

"한국도 가능성 있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바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주면 좋겠다. 중국은 한 해 500~600명 규모까지 갔지만, 한국은 인구 규모를 감안해 40~50명, 또는 처음에는 10명이나 20~30명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연구를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쌓이면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양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만큼 성과 부담도 커질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조급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성과 부담이 전혀 없으면 되려 연구가 제대로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부담은 좋은 일이다. 다만 양자 분야 과제가 '구글이 이만큼 했으니 한국은 이만큼'이라는 식으로 따라가는 구조가 되는 것은 고민이 필요하다. 중국도 정부 주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구자 커뮤니티가 하고 싶은 연구를 정부가 수렴한 측면이 있다. 한국도 연구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연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안하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Q. 한국 양자컴퓨팅 산업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지?

"구체적 지표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최근 학교 얘기를 들어보면 양자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을 제일 가고 싶어한다고 하더라. 전공자들이 양자컴퓨터 회사를 만들거나 연구소에 가는 것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때가 와야 한다고 본다. 젊은 학생들이 양자 분야를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지는 때, 그때가 양자 커뮤니티가 제대로 형성된 때일 것이다."

Q. 양자나 과학기술 분야를 위해 정부가 당장 원하는 것을 한가지 들어준다고 한다면 무엇을 요구하고 싶은지?

"중견·원로 연구자 등과 상관없이 가능성 있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적절한 규모의 연구비를 할당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1년에 불과 10명부터 시작하더라도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 아직은 그런 지원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젊은 연구자가 처음부터 자기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