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죽여라" 구호 쏟아진 하메네이 장례식…모즈타바는 불참

기사등록 2026/07/06 10:48:40 최종수정 2026/07/06 11:20:26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 공식 석상 계속 불참

이란 내부 결속 과시 속 계층·지역별 민심 온도차도 확인

[테헤란=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중심부의 대규모 예배 시설인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사원 광장에 일반 조문객이 모인 가운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2026.07.05.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이란 전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촉구하는 구호가 잇따라 나오는 등 반미·반이스라엘 정서가 최고조에 달했다.

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에서 열린 하메네이 장례 기도회에는 새벽부터 수만 명의 조문객이 몰려 복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장례식장에서는 "트럼프를 죽여라", "타협도 항복도 없다. 오직 복수뿐" 등의 구호가 이어졌고,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과 이란 국기가 곳곳에서 흔들렸다.

이란 시인 모하마드 라술리는 추도시를 통해 "이제부터 수의는 우리의 옷이다. 당신의 피에 맹세한다. 트럼프를 죽이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며 "우리의 이맘을 죽인 자를 왜 우리가 죽이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사전에 승인된 내용으로 알려졌으며 참석자 대부분은 환호로 화답했다.

관이 놓인 단상에는 조문객들이 분필로 추모와 충성 메시지를 남겼으며, 영어로 적힌 "Kill Trump(트럼프를 죽여라)"라는 문구도 확인됐다.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국민들은 지도자에게 작별을 고하며 적에 대한 저항과 순교한 지도자의 피에 대한 복수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장례식은 하메네이뿐 아니라 그의 며느리 자흐라 하닷 아델과 14개월 된 손녀 자흐라 모하마디 골파이가니 등 가족들의 합동 장례 형식으로 진행됐다.

관심을 모았던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공식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암살 위협을 고려한 경호 조치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당시 입은 부상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모즈타바는 아버지 사망 이후 지난 3월 최고 지도자로 임명됐지만 지금까지 공개 행사나 영상, 음성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그의 형제인 무스타파, 마수드, 메이삼은 아버지의 관 옆을 지켰으며, 행사장 주변에는 모즈타바와 하메네이가 함께 찍은 대형 사진과 그의 연설집을 배포하는 부스가 설치돼 후계 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란 당국은 미국과의 휴전 합의에 따라 장례식이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치·군·사법부 최고위 인사 대부분을 참석시켰다.

[테헤란=AP/뉴시스] 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모살라 그랜드 모스크 광장에서 열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가슴을 치면서 애도하고 있다. 이날 하메네이와 그의 일가족 5명에 대한 장례식이 열렸다. 2026.07.06.
이스마일 카아니 쿠드스군 사령관과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전쟁 초기 이들의 생존 여부를 둘러싼 관측이 제기됐던 만큼 눈길을 끌었다.

다만 모즈타바의 신변 안전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었던 로라 루머는 소셜미디어에서 장례식을 "공격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표현했고, 미국 보수 논평가 마크 레빈도 장례식을 "놓친 기회"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장례식에는 공식 집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란 당국은 첫날에만 200만 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조문객들은 학교와 사무실 등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머물며 장례 일정에 참여했고, 지역 주민들은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며 추모객들을 지원했다.

장례식 참석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하게 비난하며 국가 결속을 강조했다.

70세 번역가 후세인 데흐간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 "모든 이란인이 하메네이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를 존경했다"며 "외국이 협상 중인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암살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브라힘 칼림은 "정부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나라가 공격받으면 조국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테헤란 북부 중산층 지역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시민들이 식당과 카페를 찾는 등 장례식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현지에서는 장례식 참석 여부가 정치적 성향뿐 아니라 경제적 격차와도 맞물려 있으며, 이란 사회 내부의 계층·지역 간 인식 차이가 이번 장례 기간에도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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