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자폐? '이것'만 하면 버틸 힘 생겨요"[당신 옆 장애인]

기사등록 2026/07/04 10:00:00 최종수정 2026/07/04 10:12:24

유튜브 '미아매요' 운영자 허하나씨 인터뷰

"장애, 특별하지 않아…우리 사회 같은 이웃"

"지금도 충분히 예쁜 아이…이대로 자랐으면"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미아매요'를 운영하는 허하나씨 (사진=허하나씨 제공) 2026.07.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아이의 모습을 3년째 거의 매일 기록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1년에 2~3번 정도 아이가 유난히 감정 조절이 어렵고 분노가 크게 폭발하는 시기가 반복된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우리 아이만의 리듬을 알게되면 조금은 버틸 힘이 생깁니다."

발달장애 부모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유튜브 채널 '미아매요'의 운영자 허하나씨는 전남광주 순천에서 9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부모다. 장애 아동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어려움없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가 아이의 길이 되어주자는 뜻에서 '도토리로드'라는 단체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자녀가 만 2세일때부터 병원을 찾은 그는 주변 아이를 보며 장애를 예감했다고 한다. 그는 4일 "그때는 불안도 컸고 장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 아이의 미래도, 내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며 "정말 앞이 깜깜했다"고 했다.

통상 장애아동의 부모는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허씨는 비교적 일찍부터 자녀의 장애를 수용했다. 그는 "다행히 발달장애 아이를 교육했던 선생님이 주변에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져주시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이 정리가 됐다"며 "비교적 빨리 아이의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고 예쁜 부분을 찾아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처음으로 장애를 험하지 않은 무언가로 받아들일 수 있던 순간"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미아매요'를 운영하는 허하나씨 (사진=허하나씨 제공) 2026.07.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장애아동의 양육에서 어려운 점 중 하나로는 의사소통과 도전행동이 꼽힌다. 아동 스스로도 소통이 안 되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보니 울거나 뛰거나 소리를 지르고 심할 경우 자해 또는 타인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보일 때도 있다.

특히 유난히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시기가 찾아오는데 허씨는 이 때를 '분노 폭발 시즌'이라고 부른다. 그는 자녀의 모습을 약 3년째 매일 기록하는데 그러다보니 1년에 2~3회 정도 아이가 유난히 감정 조절이 어렵고 분노가 크게 폭발하는 시기가 반복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이 시기가 이대로 굳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더 강하게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기록을 하다보니 이 시기는 아이가 스스로 어쩔 수 없는 감정을 폭발하는 시기고,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마다 상황이 다 다를 수 있다면서도 "부모들에게 아이를 기록해보라고 하고 싶다. 기록을 하다보면 아이만의 리듬이 조금씩 보이고, 그걸 알게 되면 부모도 조금은 버틸 힘이 생긴다"고 했다.

단 여전히 사회적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큰 소리를 내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질 때도 있다고 한다.

허씨는 "예전에는 그런 시선이 무서워 아이를 조용히 시키려고만 했는데 지금은 숨기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는 쪽으로 바뀌었다. 조용히 타이르는 대신 더 크게 말을 해서 이 아이가 엄마 말을 따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주변에 보여주는 방식"이라며 "예상 밖의 행동을 할 때도 아이를 힘으로 통제하기보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소수인 탓에 교육부터 돌봄 등 제도와 정책에서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특수학교가 아닌 이상 발달장애 아이를 위한 방과후 활동이나 돌봄을 운영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돌봄의 부담이 결국 부모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고 특히 방학 기간에는 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어릴 때는 놀이터도 있고, 키즈카페도 있고,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 아이가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은 사회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면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장애인과 가족 목소리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더 많이 반영됐으면 한다"며 "또 장애를 처음 마주한 부모들은 장애 등록부터 치료센터를 찾는 과정까지 대부분을 알음알음 물어가며 직접 알아내야 하는데 어디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한 곳에서 안내하고 연결해 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미아매요'를 운영하는 허하나씨 (사진=허하나씨 제공) 2026.07.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허씨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다른 발달장애 부모들과 공동육아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 느끼는 장애라는 공통점에 때로는 위로도 받고 좋은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유튜브도 운영 중이다. 그는 장애인이 미디어에 더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고 한다. 장애를 특별한 이야기로 보여주기보다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주 만나다보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거리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9월에는 발달장애 아동 6명이 함께하는 사진전 '투명한 마음'을, 11월에는 발달장애 부모들과 함께하는 워크숍 '도토리 대통합의 날'을 준비하고 있다. 또 매달 감정일기, 포토크루 등 같은 작은 도전을 이어가며 여러 발달장애 부모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장애일까, 아닐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그런데 장애여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아이를 조금씩 있는 그대로 보게 됐고 아이의 장애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며 "혼자서는 이런 생각이 생기기 어렵고 비슷한 상황을 가진 부모님들이 곁에 있을 때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처음에는 굳이 다른 부모를 만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수 있지만 그래도 조금만 용기를 내서 같은 부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도 털어놓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비장애인에게는 "장애는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고나 질병으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장애인을 시혜적인 관점에서 도와줘야 할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지만, 자녀에 대한 허씨의 사랑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아이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럽거든요. 사람에 대한 의심도, 경계도 없이 모두가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믿고 다가가는 지금의 모습이 저는 참 좋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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