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구해야 회생 불씨…'마지막 돈줄' 열릴까[홈플러스 운명의 2주①]

기사등록 2026/07/04 06:00:00

자금 조달 후 즉시 항고할 경우 결정 취소 가능성

2주 남았지만 MBK·메리츠 여전히 기존 입장 유지

"절차 폐지는 사형 선고"…정부 포함 투쟁 수위 ↑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법원이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의 모습.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법원장 정준영, 주심 부장판사 박소영)는 이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즉시항고 기간 내 운영자금을 조달한 뒤 항고할 경우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재도의 고안' 절차를 통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다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이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2026.07.03.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법원이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 홈플러스 파산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즉시항고로 다퉈볼 수 있는 시간은 2주에 불과한데 이 기간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홈플러스의 한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자금 조달의 키를 쥔 메리츠금융그룹과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청산 기로에 놓인 홈플러스가 극적으로 마지막 자금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전날 이 절차는 폐지됐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기존 수정회생계획안에 그간 자구노력에 따른 사업성 개선 효과를 반영한 변경안을 제출했지만, 법원이 문제로 지적한 2000억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했다.

법원은 전날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며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으로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안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이 '불가피할 경우'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최장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9월까지 연장을 기대했던 홈플러스 안팎에서는 당혹감이 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간이 연장돼도 자금 조달 불발로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법원도 영업 지속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반면, 급여, 물품대금채무, 조세 등 공익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홈플러스는 1조2000억원 규모 비용을 줄였다며 납품만 정상화되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납품 정상화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절차 폐지라는 결과를 맞았다.

특히 필요한 2000억원은 단순히 법원에 제시하기 위한 명목상의 자금이 아니다. 상품 매입과 임금 지급, 점포 운영 정상화를 위한 시계를 다시 돌리기 위한 마지막 동력이다.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납품업체 신뢰를 회복하고 매출 감소세를 되돌리지 못하면 추가 자금이 다시 요구되는 만큼 부담도 크다.

결국 법원이 판단할 핵심은 돈의 규모뿐 아니라 실제 집행 가능성과 이후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법원이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한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물류 입고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7.03. hwang@newsis.com


다만 법원은 절차를 폐지하면서 '절차 재진행 가능성'도 언급했다. 운영자금이 부족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으니 자금 조달 후 즉시항고를 하면, 폐지결정을 법원이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간 홈플러스는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지만, 구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알짜 사업부문인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분리 매각 됐지만, 기대했던 매각 대금에 크게 못 미치는 1206억원 수혈에 그쳤다.

기존 회생계획안에 담긴 운영자금 조달 계획이 장시간 추진됐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2000억원을 두고 메리츠와 벌이고 있는 책임 공방도 오래 이뤄져 온 점을 고려하면 홈플러스는 극적인 상황 반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간청한다"는 읍소를 반복하고 있지만 메리츠는 여전히 단호한 입장이다.

메리츠는 지원 규모를 1000억원으로 제한하고,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내건 상태다. 최근에는 '주주들께 올리는 글'을 통해 이를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회생 가능성과 상환 안정성을 전제로 대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주주측의 보증 제공과 객관적 보증이행능력 심사 및 대출금액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메리츠에 이어 MBK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MBK는 최근 재팬웰빙을 2조원대에 매각하고, 금융감독원 제재 절차가 맞물리며 안팎에서 압박 수위가 올라간 모습이지만 여전히 키는 메리츠가 쥐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월급과 퇴직금이 밀린 임직원,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 업체 등은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조는 법원의 절차 폐지를 '사형 선고'로 평가하며 긴급 투쟁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2주 내 2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임을 외면했다"며 투쟁 대상으로 정부도 지목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원들과 MBK홈플러스사태해결 TF 의원들,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 등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기한 연장 및 회생법원의 역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7.01. park7691@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kafka@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