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청소년의 행복감 변화 연구
자존감·학업보다 큰 변수…부모 영향 제한적
"사후 치료 넘어 단계별 사회정서학습 필요"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초등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청소년 시기 내내 행복감이 낮아질 확률이 최대 3.55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청소년의 전반적 행복감 변화 유형화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초등학생 471명을 2015년, 2018년, 2021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장기 추적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청소년 행복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했는데 양상에 따라 ▲고수준 출발 급감형 ▲고등기 급감형 ▲중상 수준 출발 점진적 하락형 ▲고수준 출발 점진적 상승형 ▲고등기 회복형 등 5개 유형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행복감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높고 중·고교를 거치면서도 상승하는 고수준 출발 점진적 상승형을 기준이 되는 준거집단으로 설정했다.
준거집단에 비해 행복도가 전체적으로 가장 낮은 고수준 출발 급감형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요인은 학교폭력 경험이 꼽혔다. 초등학교 시기에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상승 궤적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고등학교 진학 시 행복감이 급락하는 고수준 출발 급감형 집단에 속할 확률이 약 3.55배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학교 유대감, 자아존중감, 자살 생각, 학업 스트레스 등 다른 변수에서는 1.5배 이상 영향을 주는 요소가 없음을 고려하면 학교폭력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 집단의 경우 부모 교육참여 변수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고수준 출발 급감형과 비슷하게 중학교때 행복감이 급감했다가 고등학교에서 반등하는 고등기 회복형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에도 학교폭력(3.97배)이 꼽혔다. 단 이 집단은 자살 생각이 4.54배로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
교육부의 202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020년 0.9%에서 2025년 3%로 지속 증가 추세다. 특히 초등학생의 피해응답률이 5.1%로 중학교(2.4%), 고등학교(1%)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주목할 점은 이들이 중학교 시기의 부적응과 위기를 거쳐 고등학교 시기에 진입하며 행복감의 회복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라며 "발달적 관점에서 볼 때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새로운 전환기가 가해 또래집단과의 물리적 분리나 새로운 교우관계 형성 등 환경적 쇄신의 기회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청소년 후기로 접어들며 자아정체성과 인지·정서적 조절 능력이 성숙해짐에 따라 초기 외상 경험을 완충하는 회복탄력성이 점진적으로 발현됐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중상 수준 출발 점진적 하락형 집단에 속할 가능성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요인은 자아존중감으로, 초기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 이상적인 상승형 궤적에서 이탈해 학령기 전반에 걸쳐 행복감이 서서히 하락하는 집단에 속할 위험이 커졌다.
고등기 급감형의 경우 초등학교 시기에 측정된 여러 변인 중 유의미한 예측 요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후 새롭게 직면하게 되는 학업 부담이나 환경적 스트레스 등 후속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청소년 정신건강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축소하기 위한 선별 및 지원체계 구축 ▲과도기 집중 개입 정책 마련 ▲학교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전달체계 접근성과 실효성 제고 ▲정신건강 증진 및 예방 중심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정책 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도 일시적 정서 저하에서 다시 상승하는 고등기 회복형의 존재는 내적 회복력을 촉진하는 예방 프로그램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단순히 사후 치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서조절, 자존감 강화, 또래 관계 개선, 학교 유대감 증진을 도모하는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발달단계별로 차별화·정규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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