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중의 을' 소상공인 단체 협상권 입법 가시화
누가 대표해 협상할까…대표단체 선정 새 과제로
[서울=뉴시스]송연주 강은정 기자 = 소상공인·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거래 조건을 조율할 수 있게 하는 '소상공인 단체협상권'의 입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누가 대표 단체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인 오세희 의원은 지난달 19일 소상공인에게 단체협상권을 보장하는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상공인 단체에 거래 조건 변경에 대한 단체 협상권을 주는 것이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도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을(乙)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공정위는 협상 참가자들이 소기업이거나 소상공인일 경우 공정위에 통지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5년간 일괄적으로 '담합 규정'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가 연합해 강자에 대응하는 단체협상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담합'에 해당하지 않도록 법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리거나 가맹본부가 의견 수렴 없이 소모품 구매를 강제했을 때, 점주들이 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 받는다.
이제 관심은 '누가 소상공인을 대표해 협상할 것인가'로 쏠린다. 이 제도의 핵심은 상대적 약자인 소상공인과 소기업이 플랫폼·프랜차이즈 본사·대형 유통업체·정부 등을 상대로 집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다. 시행 시 대표성을 가진 교섭단체의 선정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소상공인 관련 법정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전국상인연합회(전상연) 등이 있다. 단결권 대표 단체가 될 경우 영향력이 커질 수 있어 소상공인 유관 단체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 소공연의 회원은 93만개사·130만명, 전상연의 회원의 40만명 상당이다.
일각에선 교섭단체의 대표성과 교섭권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복수노조 사업장의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된 바 있다. 어떻게든 대표노조가 되고자 서로 조합원 수를 부풀리는 식의 노노(勞勞) 갈등이 일었다.
소상공인 분야는 조직률이 더 낮고 단체가 많아 대표성 논란이 더 복잡할 수 있단 주장이다.
소상공인 업계는 대표교섭단체의 필요성과 이를 선정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여러 단체가 협상권을 행사하다보면 혼란만 가중돼 결국 소상공인 단체협상권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며 "최소한의 법적 규모를 갖춘 단체가 대표단체가 되는 게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단체를 선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전국 단위의 소상공인 단체로 정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추후 전상연 등과 협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므로 중소기업중앙회보다 소상공인 대표단체가 맡는 게 기본법의 취지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소공연, 전상연은 동일 전선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하므로, 사전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전통시장 상인에겐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통시장과 연결된 법안이 많아 통합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계는 소상공인 관련 부분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에 행사할 수 있는 중소기업 협동조합 협의 요청권을 선제적으로 요청해 이야기 하고 있다"며 "만약 소상공인도 협동조합을 통해 보강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역할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그에 맞는 지분을 고려해 대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이해관계자들끼리 모여 같이 조정을 하는 자발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며 "이후 해당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그 지분에 비례해서 대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담합 적용 면제로 집단협상이 확산되면 오히려 시장 혼란이 커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소공연 관계자는 "소상공인들끼리 개별적으로 가격 담합할 거란 생각 자체가 입법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그간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했던 거래에 대해 최소한의 공정을 유지하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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