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석학이 보여준 미래 로봇…"안 가르쳐도 음식하고, 청소"

기사등록 2026/07/04 08:00:00 최종수정 2026/07/04 08:06:25

레슬리 팩 캘블링 미국 MIT 파나소닉 석좌교수 강연

처음 보는 배로 주스 만들고, 밤새 빗자루질 연습한 로봇…비결은 '이해력'

로봇에 심은 MIT식 '두뇌'…"요리 초보와 전문가처럼 로봇도 다르다"

레슬리 팩 캘블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파나소닉 석좌교수는 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6'를 통해 발표한 로봇 사례 (사진=정보통신기획평가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제 부엌에 로봇이 들어오려면, 적어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6' 무대에 선 레슬리 팩 캘블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파나소닉 석좌교수는 화면 속 로봇 두 대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쪽엔 캘블링 교수팀이 개발한 추론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 다른 쪽엔 6개월 전까지 최고 성능으로 꼽히던 '비전-언어-행동 모델'이 있었다. 둘에게 똑같은 임무가 주어졌다. "커피 캡슐 세 개를 네모난 쟁반에 담아라." 경쟁 로봇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캘블링 교수팀 로봇은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캘블링 교수는 설명했다. 잠시 후 그 이유가 드러났다. 쟁반 위에 콜라 캔이 하나 놓여 있었던 것이다. 캘블링 교수팀 로봇은 캔부터 치운 뒤 캡슐을 담기 시작했다. 경쟁 로봇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캘블링 교수는 "이렇게 앞을 내다보고 '저걸 먼저 치워야 이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깊은 수준의 인과 추론"이라며 "지금 대부분의 로봇 모델은 이런 걸 못한다"고 말했다.

레슬리 팩 캘블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파나소닉 석좌교수는 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6'를 통해 발표한 로봇 사례 (사진=정보통신기획평가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처음 보는 배로 주스 만든 로봇…비결은 '이해력'

캘블링 교수는 인공지능·로봇공학에 확률적 의사결정 이론을 접목한 선구자로 꼽히며, 머신러닝 분야 대표 학술지 'JMLR'을 창간해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사람만큼 똑똑하고, 사람만큼 일을 잘하는 로봇을 만드는 게 제 오랜 목표"라며 "그런데 우리에게 있는 재료는 딱 두 가지, 엔지니어와 데이터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지니어가 완벽한 프로그램을 손으로 짤 수 없다는 건 이제 우리 모두 배웠다"면서도 "그렇다고 데이터만 잔뜩 밀어 넣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캘블링 교수가 즐겨 든 비유는 '요리'였다. 그는 "요리 전문가는 남이 요리하는 걸 한 번 보고도 '아, 그거구나' 하고 따라 할 수 있지만, 초보자는 재료 하나만 달라져도 완전히 당황한다"고 말했다. 로봇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이해한 로봇은 낯선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지만, 그냥 동작만 외운 로봇은 조금만 달라져도 멈춰버린다는 설명이다.

그 예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이 즉석에서 '배 주스'를 만들어내는 영상을 보여줬다. 로봇은 사과나 다른 과일로 주스 만드는 법을 딱 몇 번 본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처음 보는 배를 집어넣고, 컵 하나만 새로 갈아 끼우며 요령껏 주스를 만들어냈다. 캘블링 교수는 "로봇이 정해진 순서를 그대로 따라 한 게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슬리 팩 캘블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파나소닉 석좌교수는 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6'를 통해 발표한 로봇 사례 (사진=정보통신기획평가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밤새 혼자 빗자루질 연습한 로봇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밤새 혼자 연습하는 영상이었다.

사람이 잠든 사이, 스팟은 장난감을 빗자루로 쓸어 담는 일을 맡았지만 처음엔 서툴렀다. 그러자 스스로 "내가 이걸 잘 못한다"고 판단하고, 배터리만 갈아 끼우며 3시간 동안 혼자 연습을 반복했다. 다음 날 아침, 스팟은 능숙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중간에 누군가 일부러 장난감 위치를 흐트러뜨려도, 스팟은 발판을 끌고 와 올라서서 다시 물건을 되돌려 놓았다.
레슬리 팩 캘블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파나소닉 석좌교수 (사진='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6' 공식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캘블링 교수는 이 장면을 "로봇 세계의 오랜 전통"이라고 농담을 곁들이며 소개했다. 로봇이 실수해도 스스로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는 능력을 보여준 사례였다.

캘블링 교수는 이런 능력의 비결로 '모듈화'를 꼽았다. "우리 뇌를 봐도 언어를 다루는 부분과 추론을 다루는 부분이 따로 있고, 물리적인 것에 대한 추론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추론도 다른 곳에서 일어난다"며 "자연이 이런 방식을 뇌에 쓰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 말미에 "데이터만 엄청나게 쏟아부어서 뭐든 학습시키는 것도 가능은 하다"면서도 "적어도 앞으로 5년, 10년, 20년 정도는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것과 데이터를 영리하게 결합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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