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통 민원폭탄에도…교사 유가족 손배소 패소 유감"

기사등록 2026/07/03 15:09:32 최종수정 2026/07/03 15:11:14

서울교사노조, 故오 교사 유가족 패소 성명서

'콩밥 먹게 하겠다', '교단에 다시 못 서게 하겠다' 폭언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지극히 부당한 판결"

[세종=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지난 2023년 교권침해로 세상을 떠난 상명대 사범대 부속초 교사 오모씨의 유가족이 학교법인과 학부모들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교원단체들이 유감을 표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3일 성명서를 통해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교육 현장의 특수성과 구조적 한계를 외면한 사법부의 판단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은 2022년 담임교사로서 학생 간의 다툼을 중재하던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 '교단에 다시는 못 서게 하겠다', '콩밥을 먹게 하겠다'는 등의 지속적인 협박과 폭언에 노출됐다"며 "고인은 주말과 퇴근 후에도 하루 평균 10건이 넘는 연락에 시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실제로 2022년 3월부터 6월까지 단 4개월간 해당 학부모가 고인에게 연락한 건수만 무려 1500여 건이 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교사의 의사에 반하는 개인 번호 및 SNS 노출을 금지하고, 모든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고인이 홀로 민원 폭탄을 감당해야 했던 2022년 당시에는 이러한 보호 규정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성 민원 응대를 학교라는 '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나 시스템조차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으며, 서울시교육청의 교육활동보호시스템인 'SEM119'조차 도입되기 이전이었다"며 "사실상 고인은 학교와 당국의 보호망 밖에서 치명적인 악성 민원에 홀로 방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그럼에도 재판부는 학교법인이 '주말이나 퇴근 후 민원 응대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법인의 '보호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학부모들에 대해서도 '폭언의 행위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피해 내용을 직접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형식적인 논리로 면죄부를 줬다"고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2022년 당시 교사가 사실상 모든 민원 대응을 개인 자격으로 떠안아야만 했던 교육 현장의 구조적 현실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학교와 학부모의 압박 속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감내해야 했던 교사의 책임감을, 결과적으로 '교사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다'는 취지로 오인하게 만들 여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지극히 부당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교사노조 "많은 교사들이 업무 특성상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으며, 학교 내 민원대응팀은 여전히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며 "실상을 들여다보면 민원대응팀의 구성원에 민원 당사자인 '교사'가 그대로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방치되는 한, 고인과 같은 고통에 처하는 교사들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사법부가 내린 이번 판결은 교사가 교육활동 중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결국 그 책임은 교사 개인의 몫이라는 지극히 위험하고 부당한 신호를 사회에 보낸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의 부친은 노조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가해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이것은 지연된 정의를 넘어서 거부된 정의를 보여준 판결이다'라며 뼈아픈 심경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교육당국을 향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민원대응팀을 실효성 있게 개편하고, 교사 개인 연락처 노출 방지 및 완전한 '기관 중심의 민원 대응 체계'를 현장에 실질적으로 구축할 것 ▲사립학교도 국공립학교와 동일한 수준의 교육활동 보호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이행할 것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소속 '교육활동보호팀'을 '과' 단위 전담 기구로 격상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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