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관청들 기싸움에 시민 등만 터진다

기사등록 2026/07/03 14:53:26 최종수정 2026/07/03 15:23:27

교통카드 엇박자부터 마포·은평 소송, 세운4구역까지

정치적 기싸움이 행정 갈등으로…계산서는 시민 몫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서울시청을 출입하게 되면서 기후동행카드를 구입했다. 사실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는데 서울시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정책을 직접 경험해봐야겠다는 의무감이 발동하면서 사용을 시작했다. 하루는 수원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가 수원시청역에서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하는 일을 겪었다. 수원시청역이 포함된 수인분당선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 직원의 도움으로 금방 해결했으나 불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이후 지방을 갈 땐 별도 교통카드를 챙기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한 번거로운 일이 또 생겼다. 서울시가 정부가 운영하는 ‘모두의 카드(K패스)’와 기후동행카드를 통합한 새로운 교통 카드 서비스인 '기후동행카드 플러스'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존 기후동행카드는 8월 말까지만 이용할 수 있고, 이후엔 모두의카드 기반의 '기후동행카드 플러스'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도 서비스 범위 문제로 불편이 있었는데, 이번엔 충전·이용 종료 일정까지 신경 쓰며 새 카드를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후동행카드 플러스' 출시 발표 당일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의 발표 직후 국토부가 "7월부터 모두의카드와 기후동행카드가 통합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한 것이다. "예산 및 시스템 검증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은데도 시에서 면밀한 검토 없이 독단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노골적인 불만도 곁들였다.

이후 서울시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와 충분히 협의한 후 기후동행카드 플러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신경전은 어느 정도 잠잠해진 상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두 카드의)'통합'이라고 표현해 기분이 상해서 그런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울시와 자치구, 중앙부처 간 주요 현안에서 정치적 기싸움이 행정 갈등으로 번진 사례는 또 있다. 마포구와 은평구의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갈등이 그렇다.

올해 1월 마포구는 은평구가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단독 소유로 보존등기했다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마포구청장은 국민의힘, 은평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마포구는 서울 서북3구 협약에 따라 센터 건립 분담금 188억원을 부담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은평구는 분담금이 시설 이용과 운영 협력의 대가일 뿐 소유권과는 무관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갈등은 이번 지방선거로 마포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당 소송에는 인지액만 5974만4700원이 들어갔다. 향후 소송이 취하될 경우 일부 환급 가능성이 있지만, 자치구 간 다툼으로 수천만원대 소송 비용이 예산에서 먼저 집행된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오래된 이슈인 세운4구역 갈등도 비슷한 장면을 보여준다. 서울시와 SH, 종로구는 도심 개발에 속도를 내려 하고, 국가유산청은 종묘 경관과 세계유산 보존 절차를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다.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까지 이뤄졌지만 국가유산청은 시정명령과 직권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SH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개발과 보존 모두 명분은 있지만, 충돌이 길어질수록 주민과 토지주, 사업자는 행정 판단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세 사례는 성격이 각기 다르다. 하나는 민생 교통카드, 하나는 자원순환시설 소유권 다툼, 하나는 도심 재개발과 문화유산 보존 충돌이다. 행정기관 간 이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서울시와 중앙부처, 자치구는 각자 권한과 책임이 다르고, 정책·협약·절차를 두고 판단이 충분히 갈릴 수 있다. 문제는 조율 과정에서 시민 생활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기관 간 주도권 싸움이 앞선다는 인상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시민 입장에서 보면 교통카드는 헷갈리고, 자치구 소송비는 예산에서 집행되며, 개발사업은 불확실하다. 기관마다 명분은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것은 불편과 비용이다. 정책이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면, 행정의 우선순위도 기관의 체면이 아니라 시민의 예측 가능성에 놓여야 한다. 정치가 행정을 완전히 비켜갈 수는 없다. 그러나 행정이 정치의 연장전이 되는 순간 피해는 온전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관청끼리 싸우기 전, 그 계산서를 누가 받게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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