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독립 과학패널 첫 보고서…“AI 접근만으로는 혜택 공평하지 않아”
최첨단 모델·연산 인프라는 미·중에 쏠려…후발국, 외국 클라우드 의존 우려
유엔이 설치한 독립 국제과학패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발·사용 기준 없이 AI 경쟁이 계속되면 후발국은 외국 모델과 클라우드에 의존하면서도 안전기준과 AI를 자국 현실에 맞게 조정할 권한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이 패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예비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패널은 지난해 유엔총회 결의로 설치된 기구로, 유엔은 이 기구를 AI 분야 첫 글로벌 과학 자문기구로 설명했다.
보고서는 “AI 도구를 쓸 수 있다고 해서 혜택까지 공평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외국 기업의 AI 모델과 클라우드, 데이터 처리망에 의존하는 국가는 AI를 이용할 수는 있어도 표준과 안전장치, 자국 언어와 제도에 맞게 조정할 권한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 규칙 없이 AI가 더 발전할수록 정부와 시민이 AI가 낳을 결과를 좌우할 발언권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를 향해 “기다리지 말라”며 “관련 과학적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보고서는 AI가 농업, 교육,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악의적 행위자가 AI를 이용해 사기를 저지르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부작용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소수 기업과 국가에 AI 역량이 집중되면 권위주의 세력이 AI를 장악하고 민주적 감시와 책임 원칙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 공동의장인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기자회견에서 “AI 발전 속도는 늦춰지지 않고, 권력은 집중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패널은 후발국이 AI 격차를 줄이려면 자체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고, 학교와 직장에서 AI 활용 역량을 높이며, 개발자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안전 연구기관을 만들고,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며, AI 시스템이 실제 이용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계속 측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확충은 또 다른 부담을 낳는다. 보고서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물을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며, AI 인프라 경쟁이 환경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접근성도 여전히 큰 격차로 남아 있다. 전 세계에서 20억 명 이상은 인터넷을 쓰지 못하고 있어, AI 격차는 챗봇 접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언어, 교육, 규제 역량까지 함께 걸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 심지어 일부 선진국도 챗GPT 같은 최첨단 AI 모델을 평가할 역량이 부족하고, AI 운영 원칙을 정하는 논의에도 제대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엔은 오는 6~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부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AI 개발·사용 규칙을 논의하는 첫 글로벌 대화를 연다. 이번 보고서는 이 회의를 앞두고 각국 논의의 과학적 근거로 쓰일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