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가기관 공무원의 민간인 미행사건 무혐의 처분…피해자 불안 호소

기사등록 2026/07/03 10:35:19 최종수정 2026/07/03 11:10:23

남성 2명, SUV로 주거지·직장 등 수 시간 따라다녀

경찰 조사서 "미행한 것 맞지만 스토킹 의도 없어"

경찰 "정당한 업무 수행…기관명·미행 이유 말 못해"

민간인 "차라리 조사를 해라…주위 돌아보고 다녀"

[제주=뉴시스] 지난 5월13일 오후 제주시 이도동 소재 주차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 2명이 차량에 탑승해 50대 민간인을 미행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6.07.02.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오영재 기자 =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들로부터 미행을 당한 민간인 사건에 대해 경찰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해당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들은 경찰 조사에 민간인을 '따라다닌 것은 맞지만 스토킹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3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신고자 A(50대)씨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한 모 국가기관 소속 남성 B씨와 C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 검찰에 불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5월1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제주시 일대에서 A씨를 미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날 오전 제주시 봉개동 소재 주거지 지하주차장에서 출근을 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나왔다.

그런데 집 밖을 나오자마자 길거리에 세워진 SUV 렌터카 1대가 자신의 차량 뒤를 따라왔다.

A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의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도동까지 수㎞ 운전을 하는 내내 해당 SUV가 계속해서 A씨 차량의 뒤를 따라왔다.

직장 내 주차장까지 함께 들어온 SUV를 보자 A씨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약 5분간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SUV운전자가 내리기 만을 기다렸으나 하차하지 않았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차량에서 내려 사옥으로 이동하면서 SUV 안에 남성 2명이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이에 더해 이날 오전 직장에서 다시 차량을 타고 나와 야외에서 작업을 할 때에도 해당 SUV가 주변을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퇴근할 무렵에는 SUV가 재차 A씨 직장 내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이때 미행임을 확신, SUV로 다가가 '왜 따라 다니냐'는 취지로 물었는데 한 남성이 '따라다니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범죄 혐의가 없다며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A씨에게 '의심이 들면 증거를 갖고 경찰서를 방문하시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떠났다고 한다.

A씨는 다음 날인 5월14일께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아 수사의뢰서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제출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경찰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A씨는 지난달 중순께 국민신문고를 통해 재차 이 사건을 신고했다.

며칠 뒤 A씨에게 동부서 수사관의 전화가 왔다.

당시 통화를 들어보면 이 수사관은 B씨와 C씨에 대해 '국가기관 소속 사람이다' '어느 기관 소속인지는 말씀드리기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 "(B씨와 C씨가)업무 수행과정에서 따라다닌 것은 맞지만 스토킹의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허락 없이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직장 등에서 상대방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제주=뉴시스] 지난 5월1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소재 길거리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 2명이 차량에서 탑승한 채 50대 민간인을 미행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6.07.02. photo@newsis.com

제주동부서는 B씨와 C씨가 차량을 타고 미행한 것을 인정했으나 스토킹이 아닌 '국가기관의 정당한 업무 수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동부서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정당한 업무 수행이 어떤 업무인지 밝힐 수 없다"며 "법률을 검토한 결과 정당한 업무 수행에 속하기 때문에 스토킹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가기관이 수사 대상이 아닌 민간인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녀도 합당한 법률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법이 있다. 그 법이 어떤 법인지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피해를 신고한 A씨에게 '국가기관 이름' '미행 사유' 등 어떠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서 신고 당사자만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국가정보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할 곳이 거기 밖에 더 있겠느냐"며 "근데 왜 날 미행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나는 수십 년간 일본에서 살았고 한국을 오가며 사진 작가 활동을 했고 생계유지를 위해 계약직 공공근로자로 재직했을 뿐이다"고 호소했다.

이어 "북한과 어떠한 직간접적인 접촉도 하지 않았고 의심 받을 행동도 한 적이 없다""며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조사를 하라"고 말했다.

또 "이제는 식당에 들어가도 주변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날 미행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든다. 길을 걷다가도 주변에 미행하는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런 생각 때문에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