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수행가능성 판단
납품 중소기업과 입점 소상공인 미정산 고통
전문가 "생존비용 보장과 부채 탕감책 필요"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홈플러스 운명의 날이 밝았다. 서울회생법원이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지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들은 "정책자금은 이미 바닥났고 사채로 버티고 있다"며 조속한 회생절차 집행을 촉구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이날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을 검토한 뒤 관계인 집회에 부칠지, 회생계획안을 배제하고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릴지를 선택한다. 가결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가능성도 있는데 법정 최대 연장 기한은 오는 9월 4일까지다.
홈플러스는 작년 3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 연장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점포 축소 및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과 정상화 이후 수익성 개선책 등이 담긴 수정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당초 법원이 요구한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법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길어질수록 납품 중소기업과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126개였던 대형마트를 67개로 줄였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를 하림그룹 계열사인 NS홈쇼핑에 매각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대금 정산 지연 실태조사'를 보면 홈플러스 납품 중소 협력사들의 미정산금은 극단값을 제외하고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했다. 5억원 이상 받지 못했다는 기업도 전체의 40.7%를 차지했다.
홈플러스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월드컵점의 푸드코트에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는 "홈플러스가 발표한 37개 폐점 점포와 다를 바가 없다. 매대에 물건이 아예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홈플러스가 두 달 치 정산을 안 해줘서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있다"며 "벌써 빚이 수천만원이라 식자재 확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거래처들이 현찰이 아니면 거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씨는 푸드코트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개인 포스(POS) 대신 홈플러스 포스를 써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푸드코트가 아닌 가게들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개시되자마자 개인 포스로 바꿔 통장으로 바로 입금받고 있지만, 푸드코트 점포 7곳은 개인 포스 설치를 막아놔 홈플러스 포스를 통한 후정산을 받고 있어서다.
그는 "홈플러스가 우리는 상대해 주지도 않아서 지난 5월 27일에 법무법인을 통해서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진척이 없다"며 "다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서 빌린 정책자금도 다 썼고 사채나 카드값으로 생활하고 있다. 인건비라도 주려고 투잡을 뛰는 사장님들도 있다"고 했다. 작년 10월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사업을 시작한 중기부는 지난 29일 기준 총 62억원(172건)을 지원했다.
김씨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처럼 새 주인을 찾아서 안정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당장 살길을 찾을 수 있게 정산이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 서울상봉점에서 한식당을 하는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 점주 협의회 회장도 초상집 분위기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포스를 쓰고 있는 김 회장 역시 지난 5월 판매 대금이 밀린 상황이다.
김 회장은 "회생의 목적이 홈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살리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폐점 점포 점주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고 나갈 수 있게 해주고, 남아 있는 67개 매장에 대해서는 빨리 회생 절차를 마쳐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과 납품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홈플러스와 관련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성실하게 장사한 죄 밖에 없다"며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존 비용을 보전해 주고 새출발기금처럼 막대한 부채를 탕감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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