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원작 드라마 '참교육'·'김부장',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강타
해외 시청자까지 홀린 '사이다 액션'…보편적 정서에 한국식 스토리텔링 입혔다
마블처럼 엮인 '웹툰 세계관' 흥행 치트키…글로벌 OTT 핵심 IP로 우뚝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안경 쓴 중년은 건드리지 마라."
평범한 저축은행 직원으로 살아가던 중년 가장이 실종된 딸을 구하기 위해 전설적인 특수요원의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SBS 금토 드라마 '김부장'(넷플릭스 동시 공개)이 역대급 사이다 액션과 속도감 있는 연출로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일 저녁 방영된 3회 방송의 전국 평균 시청률 18.8%, 순간 최고 시청률 23%를 찍었다.
이 드라마는 네이버 웹툰의 메가 히트작을 원작으로 삼았다.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 등 원작 웹툰과 세계관을 연결하며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98%에 달한다는 찬사를 받는다.
한국 웹툰(K-웹툰)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지상파 방송사의 흥행 치트키로 자리 잡았다. 최근 연달아 방영된 드라마 '참교육'과 '김부장'은 웹툰 원작 콘텐츠의 강력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4일 넷플릭스 공식 미디어 허브 투둠(Tudum)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공개된 '참교육'은 첫 주부터 비영어 TV 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이후 4주 연속 정상 자리를 지켰다. 같은 달 26일 선보인 ‘김부장’ 역시 첫 주에 글로벌 3위를 기록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답답한 전개는 없다…해외 시청자 사로잡은 '사이다 액션'
'참교육'의 글로벌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기 위해 교권보호국 소속 인물이 현장에 투입된다는 내용이다.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학교 폭력'과 '교육 붕괴'를 정면으로 다뤘음에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는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을 포함한 75개국 톱 10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였다.
평단은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부조리를 한국 스타일의 장르물로 풀어낸 방식이 통했다고 분석한다. 사실 청소년 범죄와 공권력의 한계는 전 세계 공통의 문제다. 무거운 현실을 한국 웹툰 특유의 속도감 있는 연출과 시원한 타격감으로 풀어내며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했다.
'김부장'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납치와 학교 폭력, 범죄 조직, 정경유착 등 구조적 악의 축에 대항해 한국식 '매운맛' 액션으로 척척 해결한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압도적인 전투력을 갖췄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참교육'의 교권보호국 감독관인 나화진(김무열)처럼, 평범한 회사원으로 보였던 김부장(소지섭)은 과거 특수요원 춠힌이다. 검은 색 수트를 입고 번개같은 솜씨와 비기로 악당들을 단숨에 제압해 나간다. 여러 맞닿던 현실에서 무기력했던 시청자들은 드마라 속 영웅들의 활약에 자신을 투영해가며 대리 만족을 얻는다. 빌런에 대한 통쾌한 응징에 격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갈등을 꼬아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서사도 없다. 두 작품 모두 1~2회 안에 판세를 뒤집는다. 자연스럽게 다음 회차를 보게 만드는 구조다.
'김부장'은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을 연상시킨다. 가족을 구하는 아버지의 복수라는 보편적인 서사다. 다만 K-웹툰은 여기에 한국 특유의 끈끈한 감정선과 관계성을 더한다. 단순한 히어로물을 넘어 인물 간의 서사를 촘촘히 쌓아 몰입감을 높인다.
과거 디즈니플러스의 흥행작 '무빙'이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들과 가족을 지키려는 그 부모 세대 이야기를 매회 박진감 있게 맞물려 전개했던 웹툰 원작 연출을 제대로 살려 성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 세계가 좋아하는 영웅 서사에 K-웹툰식 '클리프행어(매화 마지막에 긴장감을 고조시켜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연출법)' 구조가 결합했다. 덕분에 새로운 K-액션 활극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던 '사냥개들', '킬러들의 쇼핑몰', 'D.P.' 등도 초반의 강렬한 전개와 영화 같은 액션 퀄리티로 몰입감을 높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블 부럽지 않다…이어 보게 만드는 '웹툰 유니버스'
글로벌 팬들이 K-웹툰에 열광하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세계관(IP 유니버스) 전략'이다. '참교육'은 제작사 와이랩의 청춘 학원물 세계관인 '블루스트링'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김부장' 또한 네이버웹툰의 히트작 '외모지상주의'에서 파생된 스핀오프(파생작) 작품이다. 미국의 마블 영화처럼 여러 작품의 영웅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과거 인기 만화가 개별 작품으로만 소비됐다면, 최근 K-웹툰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결한다. 독자가 자연스럽게 다른 작품까지 이어서 보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는 충성 독자층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시청자들은 익숙한 서사를 더 빠르고 강력하게 풀어낸 콘텐츠를 선택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원천콘텐츠(IP)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빠른 전개, 직관적인 연출이 결합한 결과다. K-웹툰은 글로벌 OTT 시대의 가장 강력한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감성을 보편적인 포맷으로 가공해 내는 한국 웹툰만의 스토리텔링 기획력에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