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기흥·구리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임대보증금 비중 16.3%→9.6% 하락
규제 직전에도 갈아타기 수요 확대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올해 규제지역으로 새롭게 지정된 경기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의 집값 상승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의 갈아타기 수요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동탄구·기흥구·구리시의 취득주택 임대보증금 자금 비중은 올해 1월 16.3%에서 5월 9.6%로 4개월 만에 6.7%포인트(p)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동탄이 13.8%에서 9.2%, 기흥은 18.5%에서 9.8%, 구리는 18.8%에서 10.7%로 낮아졌다. 취득주택 임대보증금은 주택 매입 과정에서 승계하거나 새로 받는 전·월세 보증금으로, 갭투자의 대표적인 자금원으로 꼽힌다.
5월 신규 규제지역의 임대보증금 규모는 1385억원으로 3월(990억원)보다 약 40%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전체 주택 매수 자금은 1조738억원에서 1조4501억원으로 35% 늘었고, 부동산 처분대금은 3364억원에서 5115억원으로 52%, 주식·채권·가상자산 매각대금은 402억원에서 786억원으로 96% 증가했다. 임대보증금도 늘었지만 다른 자금원의 증가 폭이 더 커, 전체에서 갭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것이다.
신규 규제지역의 임대보증금 비중은 2022년 20.1%, 2023년 15.5%, 2024년과 2025년 각각 13.7%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도 1월 16.3%에서 5월 9.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비규제지역으로 갭투자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전세를 낀 매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갭투자가 빠진 자리는 실거주 목적의 갈아타기 수요가 채웠다.
기존 주택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 비중은 올해 1월 29.9%에서 5월 35.3%로 높아지며 5개월 연속 가장 큰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했다. 올해 1~5월 부동산 처분대금은 총 1조9484억원으로 전체 조달액(5조9450억원)의 32.8%를 차지했다.
주식·채권·가상자산 매각대금 비중도 같은 기간 3.4%에서 5.4%로 상승했다. 특히 5월에는 786억원으로 전월(408억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29.9%에서 30.8%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올해 신규 규제지역의 집값 상승이 전세를 끼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보다 기존 주택을 처분해 상급지로 이동하는 실거주 중심의 갈아타기 수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성과급 지급과, 주식시장 활황 등이 맞물리면서 자금 여력이 커졌고, 전세 물량 부족으로 직주근접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탄에서도 전세에서 매매로, 또는 더 나은 주택형이나 역세권 단지로 이동하는 실수요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수요 중심 흐름은 매수자 거주지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거래현황에 따르면 올해 동탄구 매수자의 86%, 기흥구 매수자의 83%는 경기 거주자였다. 서울 거주자 비중은 동탄이 5%대, 기흥이 9~10% 수준에 그쳤다.
특히 동탄은 서울 거주자 비중이 2월 6%에서 5월 5%로 낮아진 반면, 관내 거주자 비중은 48%(2월), 47%(3월), 54%(4월), 58%(5월)로 상승했다. 기흥 역시 서울 거주자 비율이 지난해와 올해 모두 10% 안팎에 머물렀고, 경기 거주자 비중도 82~83% 수준을 유지했다.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직주근접 수요가 시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구리는 양상이 달랐다. 서울 거주자 매수 비율이 지난해 상반기 18%에서 하반기 30%, 올해 36%까지 상승했고 5월에도 3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관내 거주자 비중은 68%에서 35%, 32%로 감소해 서울에서 이동한 수요가 시장 확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동탄·기흥·구리는 반도체 산업 호황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 기대가 맞물리며 올해 집값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넷째 주(22일 기준)까지 누적 상승률은 동탄구가 11.38%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구리시 7.87%, 기흥구 6.21%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상승세를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 유입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동탄과 기흥의 상승은 서울발 투자 수요보다 경기 남부권 내에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인근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실수요 갈아타기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이 비싸니 일단 전세끼고 구매했다가 나중에 입주하거나 팔겠다 수요가 많은 한강벨트나 강남권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에 편입된 용인 수지구의 임대보증금 비중은 2025년 14.7%에서 올해 2.1%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신규 규제지역 3곳의 갭투자 비중은 규제지역 지정 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위 자료에서 분석한 비규제지역은 실거래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있어 6억원 이하 거래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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