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엇갈린 환율 전망…"1600원 열릴 수도" "연말 1400원대 중후반 기대"

기사등록 2026/07/02 06:00:00 최종수정 2026/07/02 06:14:27

상반기 환율 1484.6원…외환위기 이후 최고

외국인 매도세·연준 금리 인상 기대에 강달러

환율 하락 시점은 "당분간 상승 압력" 공통 전망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2026.07.01. kgb@newsis.com

[서울=뉴시스]조현아 김래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 때가 아니면 보기 어려웠던 1500원대의 고환율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동 사태 장기화에 이어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세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까지 겹치는 등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6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말로 가면서 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84.6원(종가 기준)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1분기(1493.1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2분기 평균 환율은 1501.6원으로 1500원을 넘는다. 마찬가지로 외환위기인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도 1554.9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6일(1550.0원)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장중 한 때 1560원선을 위협하는 등 외환당국의 개입에도 1550원을 겨우 지키는 데에 그쳤다.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 충격과 국제유가 급등,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되찾았음에도, 환율은 외국인 순매도와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5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국내 상장주식 47조190억원을 순매도하며 5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올 1~5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누적 순매도 규모는 114조2240억원으로 연간 순매도액의 10배를 넘어섰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도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달러 강세 흐름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3.50~3.75%의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점도표를 통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오는 9월 FOMC에서도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달러 강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전날 101선을 유지하는 등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도 원화 반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과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다. 엔화 약세가 심화하면 원화도 함께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연말로 갈수록 안정세 전망"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1600원선에 근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와 외국인 매도세 진정 여부 등에 따라 점진적인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상승 탄력이 뚜렷하게 둔화되기 전까지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수준과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결국 달러화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후퇴하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진정되면 달러인덱스가 점진적으로 레벨을 낮출 수 있다"며 "다만 약달러 변곡점이 뚜렷하게 형성되기 전까지 1500원대의 고환율 흐름이 불가피하고, 전고점 1560원을 돌파할 경우 160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AP/뉴시스]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청사 모습. 2026.06.02.


올 하반기 1500원대 환율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킬 만한 뚜렷한 묘책이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유지되면 1500원대 환율이 생각보다 긴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는 1500원대 환율이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환율이 안정된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더라도 1400원대일 것"이라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하지 않고, 엔화 약세가 진정되고, 외국인 매도세가 완화하는 등의 조건이 첩첩이 쌓여야 1400원대 후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면 연말에는 1400원대 중후반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엔화 약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인 상황이라 환율이 빠르게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는 9월 미 연준의 점도표가 금리인상 쪽으로 가지 않고 내려오거나 동결쪽으로 가면 환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9월을 기점으로 연말 1470원 정도까지 내려가는 쪽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급격하게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 지금 환율이 오르는 것은 외국인 매도세 때문"이라며 "연말까지 1450원 정도 수준까지 잡아뒀는데, 확정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 경제 성장 기대나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 한국의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하면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달러 강세와 한국 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인의 주식 매도 심화 시 환율 상단은 158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로 인한 펀더멘털 개선이 지속되면서 연말부터 내년 1400원대로 안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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