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성숙한 대화"…인권위 안팎 "사퇴 외 해법 없다"

기사등록 2026/07/02 06:00:00

"성숙한 대화로"…안창호, 내부 갈등 수습 메시지

시민단체 "보직 반납 무시 …직원 뜻 이해 못 해"

"과장급 보직 줄반납? '더는 못 가겠다'는 신호"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6.07.02.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부 반발 속에서도 '성숙한 대화'를 강조하며 조직 통합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인권위 안팎에서는 "사퇴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갈등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안 위원장은 전날 열린 직원 조회에서 최근 공개적으로 보직 반납 의사를 밝힌 간부들과 관련해 처음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퇴 요구나 보직 반납 선언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결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인권의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겠다는 마음 만은 모두 같다고 믿는다"며 "서로 다른 의견이 비난이나 반목에 머무르지 않고 성숙한 대화로 이어질 때 우리 조직은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대화 부족'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 구성원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소통 방식이 아니라 위원장의 리더십과 인권위가 나아가는 방향 자체라는 것이다.

앞서 인권위 내부에서는 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간부들의 보직 반납 선언이 잇따랐다. 지난달 15일 김재석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을 시작으로 권익위원회 파견 중인 윤채완 서기관(전 조사총괄과장), 박광우 차별시정총괄과장, 권혁장 기획재정담당관,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 남경혜 정보화관리팀장 등 과장급 간부 6명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보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안 위원장 체제에서 인권위의 독립성과 정체성이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인권위의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의결과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 불참 결정 등을 계기로 위원장의 리더십과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인권위 국·과장급 간부가 3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간부의 약 20%가 위원장 사퇴 요구에 동참한 셈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과장급 간부들이 집단적으로 보직 반납 의사를 밝힌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하급직도 아닌 과장급 공무원 6명이 보직 반납 의사를 밝힌 것은 위원장 리더십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다른 정부 부처와 비교해도 특정 조직에서 이 정도 규모의 보직 반납 사례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시민단체 36곳으로 구성된 국가인권위바로잡기공동행동(공동행동)의 나현필 집행위원도 "보직 반납은 공무원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 가운데 사실상 사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결단"이라며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퇴요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3.10. park7691@newsis.com

이번 사태는 인권위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둘러싼 위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공무원 조직은 공개적인 문제 제기보다 조직 안정과 현상 유지를 택하는 경향이 강한데, 과장급 간부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인권위는 (일반 행정기관처럼) 기존 업무를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방향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구"라며 "위원장이 관리자로서 조직 관리에 실패했다는 차원을 넘어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인식이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분명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느 "공무원 조직 특성상 웬만하면 조직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려 하지만, 이번에는 내부 구성원들이 '더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이들의 보직 반납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날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윤 서기관은 조사총괄과장으로, 남 팀장은 대구인권사무소장으로 각각 발령됐으며 나머지 간부들도 기존 보직에 유임됐다.

시민사회에서는 보직 반납 의사를 인사에 반영하지 않은 채 '성숙한 대화'를 강조한 것은 사태의 본질과 어긋난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나 집행위원은 "보직 반납 의사를 무시한 채 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를 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미 조직 내부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안 위원장 사퇴 외에 어떤 수습책이 있을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 역시 "과장급 공무원 6명이 보직 반납 의사를 밝힌 조직이 이후 위원장이 방향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정상적으로 수습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조직을 재건하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결국 위원장이 사퇴하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공동행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와 함께 지난달 30일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기관의 장으로서 사퇴 외에는 해법이 없다"며 안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 역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대응을 위한) 직원 회의 개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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