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정 '당뇨병용제 일반원칙'
최신 진료지침과 간극 커…개선시급
GLP-1 치료제 등 조기 사용 인정해야
최신 당뇨병 진료지침은 심부전, 만성 콩팥병,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등 동반질환에 따라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와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 수용체 작용제(GLP-1RA)를 조기에 병용하고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마련된 '당뇨병 약제 보험급여 일반원칙'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환자별 맞춤 치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당뇨병 환자 치료 기회 확대 위한 신약 처방 지침 개정 심포지엄'을 열고 최신 진료지침을 반영한 당뇨병 치료제 급여 기준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영민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이사(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최신 진료지침 변화와 임상적 의의'를 주제로 당뇨병 맞춤형 치료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조 이사는 진료지침의 가장 중요한 변화로 혈당 수치 중심의 약제 선택에서 벗어나 동반질환에 따라 임상적 이득이 입증된 약제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한 점을 꼽았다.
심부전·만성 콩팥병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경우엔 GLP-1RA 또는 SGLT2 억제제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이는 당뇨병 치료의 목표가 혈당 조절을 넘어 심혈관·콩팥 합병증 예방과 장기 예후 개선으로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2011년 고시된 '당뇨병 약제 보험급여 일반원칙'은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로 '메트포민'(Metformin)을 단독으로 우선 사용하고, 이후 다른 약제와 병용하거나 인슐린 치료를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순차적 구조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조 이사는 "메트포민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약제지만, 환자의 동반질환과 임상적 위험에 따라 SGLT2 억제제나 GLP-1RA 등 예후 개선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면서 "모든 환자에게 메트포민을 일률적으로 우선 적용하는 것은 환자 중심 접근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최신 진료지침이 담고 있는 1형과 2형 당뇨병의 맞춤형 치료 전략도 소개했다. 그는 "1형 당뇨병의 경우 다회 인슐린 주사나 인슐린 펌프 치료를 기본으로 하면서 연속혈당측정기 연동 및 자동인슐린주입기 사용이 권고되는 등 당뇨병 관리에서 디지털 기술과 의료기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형 당뇨병 약물 치료에서는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적극 고려하고, 목표 당화혈색소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지체 없이 약제를 증량하거나 다른 계열 약제와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특히 주사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기저 인슐린보다 GLP-1RA를 우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당뇨병 치료는 혈당 조절, 체중 조절, 저혈당 예방, 합병증 예방 및 치료, 부작용, 비용, 환자의 선호와 치료 지속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다만 새로운 치료제와 임상 근거가 빠르게 축적되는 데 비해, 국내 약제 승인과 보험급여 기준은 답보 상태여서 최신 근거에 기반한 치료가 실제 환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화 대한당뇨병학회 보험이사(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는 '현행 당뇨병용제 보험급여 일반원칙의 문제점과 쟁점'을 주제로 임상 현장의 처방 장벽과 환자 접근성 한계를 짚었다.
김 이사는 2011년 마련된 보험급여 기준이 15년째 기존 틀에 머물면서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처방이 이뤄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뇨병 치료제의 병용요법 중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 싸이아졸리딘다이온(TZD)과 SGLT2 억제제 등 기전상 합리적인 조합도 급여 제약을 받는 경우가 있어, 환자 상태에 맞춘 초기 병용이나 맞춤형 강화 치료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현행 보험급여 일반원칙은 메트포민을 초기 치료제로 두고 특정 약제 조합을 제한하며, GLP-1RA 사용에도 선행요법이나 체질량지수(BMI) 등 요건을 두고 있어 실제 임상에서 다양한 환자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며 "결국 무엇이 가장 적절한 약제인가보다 무엇이 급여가 되는가가 처방의 기준이 되는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이에 김 이사는 ▲1차 사용 약제 기준의 유연화 ▲동반질환에 따라 SGLT2 억제제∙GLP-1RA 1차 약제 우선 사용 ▲합리적 병용요법 조합의 확대 ▲인슐린 및 GLP-1RA 기준 개정 등을 당뇨병 약제 일반원칙의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김 이사는 "급여 기준과 진료 지침 간 격차가 커지면서 환자가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당뇨병 약제 보험급여 일반원칙은 단순한 비용 통제 장치가 아니라 환자의 예후와 치료 접근성을 좌우하는 기준인 만큼, 최신 근거와 진료지침을 반영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상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이사(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여러 주요 임상 연구들을 통해 SGLT2 억제제와 GLP-1RA가 심부전·만성 콩팥질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제가 됐고, 체중 감량 효과까지 입증되면서 2형 당뇨병은 완치의 영역까지 넘보는 만성질환이 됐다"며 "이제는 충분한 임상 근거를 갖춘 이들 치료제를 당뇨병 환자에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염동식 당뇨와건강 환우회 회장은 "국내외 진료 지침이 환자의 상태와 동반질환을 고려해 적합한 약제를 우선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왔지만, 급여 기준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GLP-1RA 중 하나인 오젬픽의 경우 오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일반원칙 외에 별도의 까다로운 급여 기준이 적용돼 정작 당뇨병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말했다.
그는 "급여 기준 완화를 통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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