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공동 제출 야당도 표결 불참
참의원 통과 여부는 불투명…해외 인권단체도 법안 비판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일본 여권이 일장기 훼손 행위를 처벌하는 '국기손괴죄' 법안을 중의원(하원)에서 강행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데 이어 자민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오면서 법안 처리를 둘러싼 부담도 커진 분위기다.
1일 일본 TV아사히 등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 등이 찬성한 가운데 국기손괴죄 신설 법안이 중의원 본회의를 전날 통과했다.
법안은 일장기를 공개적으로 훼손하거나 더럽힌 사람에게 2년 이하 구금형 또는 20만엔(약 191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야당은 여권의 국회 운영 방식에 반발해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 법안 공동 제출에 참여했던 국민민주당과 참정당까지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
자민당 안에서도 균열이 드러났다. 외무상을 지낸 이와야 다케시 의원은 표결 직전 회의장을 떠나 기권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국기를 존중하는 의식은 자연스럽게 길러져야 하는 것이지 형벌로 강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론에 정면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비춘 셈이다.
법안을 둘러싼 쟁점은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다. 추진 측은 현행 일본 형법에 외국 국기를 훼손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있는 만큼, 일본 국기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국기 훼손이 정치적 항의나 상징적 표현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며 형사처벌은 과도하다고 맞섰다.
해외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 법안이 일본 사회 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법 조항이 모호하고 억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소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국기 훼손과 같은 상징적 행위도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국심에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법안은 앞으로 참의원(상원)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참의원은 여소야대 구도여서 야당이 반대할 경우 처리가 쉽지 않다. 일본 헌법상 참의원에서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의결하면 법률로 확정할 수 있다. 현재 여권은 중의원에서 재의결이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재의결까지 밀어붙일지는 불투명하다. 야당의 반발에 더해 자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공개적으로 나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권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표현의 자유 논란은 물론, 국회 운영을 둘러싼 대립도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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