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준 높일수록 입찰 경쟁 '저하'…품질 향상 대신 공사비 상승
정비사업 '실적 장벽' 높이자 공사비 3배 급등…개별난방 입찰 '도마'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 개별난방 전환공사 시장에서 입찰 참가 자격을 강화한 단지일수록 참여 업체가 오히려 감소하고, 낙찰 단가가 높게 형성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실적 중심의 엄격한 입찰 기준이 품질 제고보다, 경쟁 제한 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4단지는 최근 개별난방 전환공사 입찰에서 '850가구 이상 시공 실적'을 참가 자격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을 충족한 업체는 3곳에 불과했고, 신아엔지니어링이 약 18억원에 공사를 수주했다.
반면 신도림태영데시앙 아파트는 '500가구 이상 실적'을 요구하면서 6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경문이엔지가 약 4억7000만원에 낙찰받았다. 두 단지는 가구 수와 부지 규모가 비슷하지만, 낙찰 금액은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개별난방 전환공사는 기존 중앙난방이나 지역난방을 세대별 가스보일러 방식으로 바꾸는 공사다. 신축 아파트에서는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전문 시공업체도 전국적으로 10여 곳에 불과해 입찰 조건에 따라 경쟁 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비업계 설명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실적이나 자본금 등 참가 자격을 지나치게 강화하면 참여 업체가 줄어 가격 경쟁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공사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사 품질 측면에서도 가격 상승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개별난방 전환공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법정 검사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구축 아파트의 구조적 차이에 따른 공사비 변동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발주처가 특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개별난방 전환공사 입찰을 보면 실적 요건으로 참여 업체가 제한되면서 낙찰률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입찰 담합 여부와 자금 흐름 등에 대한 공정위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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