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바빌로니아 신전의 여성 서기관부터 21세기 '텍스트힙' 열풍까지. 시대와 문명을 가로지르며 여성 독자의 발자취를 추적한 책이 출간됐다.
최현미 작가의 신간 '읽는 여성의 역사'(어크로스) 는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여성이 어떻게 책을 읽고, 또 왜 읽기를 금지당했는지를 조명한다.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로 오랫동안 문학과 출판 현장을 취재한 저자는 여성 작가들의 약진을 가능하게 한 여성 독자들의 역사를 추적했다.
저자는 "여성은 언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여성 독서의 역사가 '나아가는 역사'와 '막아서는 역사'가 끊임없이 교차해 온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책 읽는 여성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역사에는 여성의 독서를 경계하거나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기록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저자는 "읽는 여성의 역사는 글을 읽고 쓰며 세상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 역사이자, 여성의 독서를 금기시하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 이를 막아선 역사"라고 정의한다.
책은 중세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독서를 통해 삶을 바꿔온 과정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중세 여성들은 교육 기회가 제한된 현실 속에서도 수녀원에서 배움을 이어갔고, 성직자의 중재 없이 직접 성서를 읽고 기도하며 주체적인 신앙생활을 실천했다. 나아가 남성 중심의 라틴어 표현을 여성형으로 바꾸는 시도까지 이어갔다.
독서를 통한 여성들의 성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7~18세기 프랑스에서는 살롱 문화 속 여성 지식인들이 독서와 토론을 통해 비평적 독자로 성장했고,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는 북클럽이 확산하며 책을 매개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책은 19세기 여성 작가와 일제강점기 여성 독서회 등 시대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 독자의 흔적을 되짚는다.
저자는 여성들에게 책은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자 자신을 비추는 거울, 현실 너머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도구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성들은 금지와 경계, 비판과 조롱 속에서도 매 순간 열심히 읽었다"며 "책은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었고,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었으며, 현실을 넘어 다른 세계와 다른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시뮬레이터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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