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페이블·미토스 제한 뒤 지푸AI GLM-5.2 급부상
이용료는 클로드 오퍼스의 8분의 1…美기업들 대안 찾기 가속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중국 AI 스타트업 지푸AI(Zhipu AI·국제명 Z.ai)의 새 AI 모델 GLM-5.2가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들과 기업용 AI 시장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약 2주 전 미국 정부가 접근 제한을 요구하면서 고성능 AI 모델인 페이블과 미토스의 외부 제공을 중단했다. 며칠 뒤 지푸AI는 GLM-5.2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페이블·미토스에 근접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미국에서 별도 접근 제한은 받지 않았다.
AI 모델의 이용량과 비용을 집계하는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GLM-5.2는 특정 작업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8 비용의 약 8분의 1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AI 비용 절감이 급한 기업들에는 성능보다 가격이 먼저 보일 수 있다.
GLM-5.2는 공개 직후 주요 AI 모델 리더보드에서 세계 10대 인기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순위에 오른 모델 가운데 6개가 중국에서 개발된 모델이라고 NYT는 전했다.
지푸AI의 부상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이 주도해온 AI 시장에 중국 저가 모델이 파고드는 흐름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알파Xiv의 공동창업자 리한 아마드는 “페이블이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매우 좁아졌다”고 말했다.
GLM-5.2는 특히 컴퓨터 코드를 만들거나, 다른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에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도 이미 지푸AI, 딥시크, 미니맥스 등 일부 중국 AI 모델을 클라우드에서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일부 제품에 최신 딥시크 모델을 넣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안과 검열 우려는 중국 모델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개발자들은 중국 업체 서버를 통해 모델을 사용할 경우 기업 데이터가 지푸AI나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이 답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지푸AI는 2025년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회사 자료에는 지푸AI 일부 주주가 중국 방위산업을 감독하는 정부 기관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기업과의 거래 방식이나 모델을 쓰는 경로가 미국 수출통제 규정에 걸릴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미국 AI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자사 AI의 답변을 몰래 대량 수집해 새 모델 훈련에 활용했다고 비판해왔다. 앤트로픽은 최근 중국 알리바바가 2만4000개의 허위 계정을 통해 자사 기술을 무단으로 모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알리바바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저가 오픈소스 모델을 잇따라 내놓는 배경에는 정부 지원도 있다. 중국 정부는 AI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산업을 장기간 지원해왔다. 미국 내부에서는 오픈소스 AI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중국 모델이 전 세계 AI 개발의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가 중국 AI 개발을 제약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최상위 AI 모델 훈련에는 대규모 첨단 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AI와 미국 선두 기업의 격차가 6개월 이하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지워싱턴대의 제프리 딩 교수는 “수출통제가 미국과 중국 AI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GLM-5.2의 등장은 그 격차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페이블과 미토스의 외부 제공 중단은 미국 기업들에게 또 다른 교훈을 남겼다. 가장 강력한 모델 하나에만 의존할 경우 정부 규제나 서비스 차질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픈라우터의 저스틴 서머빌 데이터 분석 책임자는 “3주 뒤 어떤 모델이 최고일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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