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작고 5주기 맞아 초기 설치·드로잉·아카이브 총망라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풍경화가로 널리 알려진 공성훈(1965~2021)의 또 다른 얼굴이 공개된다.
금호미술관은 작고 5주기를 맞아 공성훈의 초기 작업을 조명하는 개인전 '더블 블라인드(Double Blind)'를 오는 7월 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반 제작된 설치와 드로잉, 기록 영상, 회로도, 재제작 작품 등을 아우르며, 개별적으로만 알려졌던 초기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공성훈 예술세계를 관통한 질문의 출발점을 다시 살펴본다.
공성훈은 2000년대 이후 도시 외곽의 밤 풍경을 그린 회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 이전에는 카메라와 프로젝터, 블라인드 커튼, 기계장치 등 동시대 기술 환경을 활용해 예술과 제도, 대중문화를 탐구하는 실험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 제목인 '더블 블라인드'는 의학 연구에서 실험자와 피실험자 모두 조건을 모르는 실험 방식을 뜻하는 용어다. 전시는 하나의 고정된 진실보다 서로 다른 시선과 해석이 공존하는 상태를 상징하며, 공성훈이 초기부터 관심을 가져온 인식과 재현의 문제를 드러낸다.
전시장에는 설치 작품뿐 아니라 구상 드로잉과 콜라주, 회로도, 제작 매뉴얼, 당시 기록 영상과 사진 등 다양한 아카이브가 함께 공개된다. 완성된 작품보다 제작 과정과 작동 원리, 기록과 해석의 층위를 함께 보여주며 공성훈 작업의 사유 과정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품 보존과 재제작 과정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제시한다. 일부 설치 작업은 작가의 기록을 바탕으로 다시 구현됐으며, 남겨진 자료와 제작 과정은 작품의 역사성과 동시대적 의미를 함께 환기한다.
금호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풍경화가라는 이미지에 가려졌던 공성훈 초기 실험미술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의 실험 정신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성훈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대 설치와 매체 실험을 거쳐 이후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담은 회화 작업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으며,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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