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시작은 끝을 품고, 끝은 다시 시작을 부른다. 직선으로만 여겨졌던 시간은 원을 그리며 되돌아오고, 하나의 매듭은 또 다른 매듭의 출발점이 된다.
리안갤러리 대구가 신축 공간 개관을 알리는 첫 전시로 이광호 개인전 'Initial End(처음의 끝)'를 오는 7월 25일까지 개최한다. 공예와 조각,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이광호를 개관 첫 작가로 선택한 것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온 리안갤러리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제목인 'Initial End''는 시작과 끝이 서로 맞물려 순환하는 '우로보로스(Ouroboros)'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시작에서 끝으로 향하는 직선적 시간관을 거부하고, 반복과 축적, 생성과 소멸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지는 수행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이광호에게 선(線)은 설계도를 따라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몸의 감각이 축적된 생명체다. 전선과 구리선, 칠보 등 산업 재료를 손으로 반복해 엮고 짜는 과정은 기능을 위한 제작이 아니라 시간과 호흡을 기록하는 행위다. 화면과 설치에 남겨진 매듭 하나하나는 작가가 몸으로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된다.
특히 뜨거운 가마 속에서 산화와 박락을 반복하며 새로운 표면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끊임없이 변모하며 자신의 존재를 갱신하는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작가는 금속의 물성과 육체의 감각을 겹쳐 놓으며 강인함과 유연함,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는 조형 세계를 구축한다.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한 이광호는 전통 공예 기법을 현대 조각 언어로 확장해온 작가다. 초기에는 정원용 호스와 전선, 로프 등을 엮고 짜는 작업으로 주목받았으며, 이후 금속과 칠보, 직조 기법으로 작업 영역을 넓혔다. 보테가 베네타, 에르메스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며 장인성과 현대 조형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는 공간을 압도하는 설치작업부터 회화적 평면 작업까지 아우르며, 재료와 노동,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내는 조형 언어를 선보인다.
리안갤러리는 "새 공간의 첫 전시인 'Initial End'는 끝이 곧 새로운 시작임을 말하는 선언"이라며 "이광호의 작업은 공예와 조각, 기능과 비기능의 경계를 넘어 동시대 조형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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