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직원 가방에 프로포폴…병원發 마약류 '부실 관리' 어쩌나

기사등록 2026/06/26 10:08:21

불법 유통 등 의료기관 종사자 일탈 잇따라

의료용 마약류, 외부 반출 엄격히 금지돼

의원급일수록 소수 직원이 처방·폐기 관리

현장 실효성 의문…"의료행위 입증 어려워"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반포대교에서 포르쉐 차량을 몰다 추락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향정신성 약물인 프로포폴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공범 A씨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3.10.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유엔(UN)이 지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6월26일)을 맞아 한국의 의료용 마약류 관리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은 생산부터 유통, 투약, 폐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운영하고 있다. 전 국민의 마약류 투약 이력이 약 10억건 축적돼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서만 병원 직원이 프로포폴을 빼돌려 자가 투약하거나, 의료용 마약류가 불법 유통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관리 시스템은 촘촘해졌지만 현장의 통제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만 벌써 세 번…반복되는 병원발 프로포폴 사고

26일 경찰 및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8번 출구 앞에서 한 여성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여성의 쇼핑백을 확인하자 프로포폴 약병 10여 개와 주사기가 나왔다.

올해 1월에는 병원에서 반출된 프로포폴을 소지한 간호조무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2월에는 간호사가 불법 반출한 프로포폴을 투약한 여성이 포르쉐 차량을 몰다 반포대교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올해 초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유통한 일당도 검거했다. 병원에서 사용돼야 할 마취제가 범죄 수익을 노린 불법 유통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수사 결과 최초 조달 원가 앰플당 3870원짜리 약물이 불법 투약 단계에서 20만원, 원가 대비 51.6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강선봉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마약수사 2계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의료용 마약류 불법 투약 의사 등 적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와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등을 내원자에게 불법 투약한 의사를 1명을 구속하고 의원 관계자와 투약자 100명 등 115명을 검거, 범죄수익 34억원 상당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2025.02.13. hwang@newsis.com

◆반복되는 사고 원인 '접근성'…의원급일수록 취약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만 관리할 수 있고, 외부 반출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투약 역시 병원 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장의 관리 시스템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은 있지만 소규모 의원일수록 마약류 관리 업무가 특정 직원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고,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마약류 관리 전담 인력을 별도로 두거나 이중·삼중의 확인 절차를 거치는 반면, 피부과·성형외과 등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원장과 소수 직원이 처방부터 보관, 폐기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 통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홍상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과거 논문에서 의료종사자의 프로포폴 오남용 원인으로 접근의 용이성을 지목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보다 병의원급에서 관리가 허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호진 교수 연구팀도 프로포폴을 오남용한 의료종사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이 간호조무사였으며 피고인의 65%가 자가투약한 것으로 나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2026년 하반기 마약류 안전관리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06.18. chocrystal@newsis.com

◆정부, 특별감시단 출범해 단속…대책 강화에도 실효성 의문

문제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상반기에만 의료기관 307곳을 점검해 75곳을 수사 의뢰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 생산부터 유통, 투약, 폐기까지 전 과정을 이 시스템 하나로 관리하는 구조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약 10억건에 달하는 전 국민의 마약류 투약 이력이 수록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입증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의사들은 의료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데, 의료 행위가 의사의 판단 영역에 많이 들어가 있다 보니 이를 입증하려면 광범위한 자료가 필요하고 수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료기록을 아예 입력하지 않거나, 비정상적으로 사용한 마약류를 정상 내원자에게 투여한 것처럼 조작하는 경우도 있어 입증이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다음 달부터 '의료용 마약류 특별감시단'을 출범해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 중심으로 단속에 나선다. 인공지능(AI) 기반 통합감시시스템 구축을 통해 이상 징후 탐지 기관도 기존 2~3주에서 3일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의료쇼핑 방지정보망에 프로포폴을 포함하고 종업원 관리 소홀로 마약류 유출이 발생할 경우 행정처분도 강화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래 규정도 있고 처분 규정도 있는데, 최근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어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원의 현장 증거물.(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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