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패륜 가족 상속권 박탈' 구하라법, 헌재 결정전 소송도 적용"

기사등록 2026/06/25 20:07:30

2024년 4월 '유류분'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후

개정되기 전 민법 적용한 2심…대법 파기·환송

"헌재 결정 전 법원 계류 중 소송은 신법 적용"

올해 9월까지 패륜 가족 상대 '박탈 청구' 시한

[서울=뉴시스]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민법이 개정돼 패륜 행위를 한 가족의 유류분(법에 따른 최소한의 유산) 상속을 막을 길이 열린 가운데, 헌재 결정 당시 법원에 계류된 소송에도 새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2026.06.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민법이 개정돼 패륜 행위를 한 가족의 유류분(법에 따른 최소한의 유산) 상속을 막을 길이 열린 가운데, 헌재 결정 당시 법원에 계류된 소송에도 새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새 법이 시행되기 전 패륜 가족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사람이 유류분 박탈을 다투려면 가정법원에 올해 9월 16일까지는 청구를 해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5일 A씨 등이 재산 대부분을 물려받은 동생 B씨를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이런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상속인의 생계 등을 고려해 일방이 유산을 독차지 못 하게 한 제도로 1977년 민법 개정 당시 도입됐다.

최근 들어서는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나 패륜 행위를 저지른 자녀 등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다 보니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고(故) 구하라씨 사고와 관련해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친부모가 사망한 자녀에 대한 보상금 등을 요구하며 개정 움직임이 일었다.

헌재가 2024년 4월 25일 유류분 상실 사유를 정하지 않던 종전 민법 1112조를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이듬해 12월 31일까지 효력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탄력이 붙었다.

국회는 같은 해 8월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 등 직계존속을 상대로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는 개정 민법, 일명 '구하라법'을 통과시켰다.

올해 1월 시행된 이 법은 상속인이 부양의무 위반 등 행위를 한 다른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올해 3월 17일 민법이 추가 개정돼 기존 직계존속에서 직계비속, 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A씨 등이 B씨를 상대로 유류분을 청구한 이번 소송에서는 헌재 결정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산을 물려준 고인은 2021년 10월 숨졌고, A씨 등이 이번 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다음 해 5월이다.

[서울=뉴시스] 2024년 8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구하라법)이 재석 286인, 찬성 284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6.25. photo@newsis.com
2024년 12월 1심에서 패소한 B씨는 항소를 제기하면서 그해 4월 나온 헌재 결정의 취지를 반영해 A씨 등의 유류분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다퉜다.

A씨 등은 고인을 오래 유기하거나 재산을 횡령하는 등 패륜을 범했고, 부모를 20년간 실질적으로 부양하며 재산 증식에 기여한 것은 자신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항소심은 지난해 11월 1심과 마찬가지로 B씨가 유류분 부족분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헌재가 옛 법을 잠정 적용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상 종전 민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B씨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옛 법 조항 가운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 기여분에 관한 민법 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부분은 적용 중지 상태였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에 옛 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봤다.

헌재 결정 당시 법원에 계류 중이던 소위 '병행 사건'에 대해서도 '상속권 상실' 제도를 둔 새 민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정 민법은 소급 적용 대상을 '헌재 결정일(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부터'로 정했는데, 이 사건처럼 헌재 결정일 전 상속이 개시된 병행 사건에도 새 법이 적용될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B씨가 파기환송심에서 A씨 등의 패륜 행위를 이유로 유류분 상속을 배제해 달라고 다시 다투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9월 16일까지 관할 가정법원에 A씨 등을 상대로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해야 한다.

현행 민법은 공동상속인은 부양의무 위반 등 행위를 한 사람이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부칙에는 B씨처럼 현행법 시행 전 부양의무 위반자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경우, 시행일(3월 17일)로부터 6개월 내인 올해 9월 16일을 상속권 상실 청구 시한으로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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