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벗은 여성 품은 이란 정부…'전쟁' 계기로 민족주의 결집 노려

기사등록 2026/06/25 17:33:11

친정부 영상에 청바지 차림 여성 등장

이란 혁명수비대·바시즈 옹호 발언도

NYT "정권의 폭넓은 민족주의"

[테헤란=AP/뉴시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이란 친정부 세력이 최근 온라인에 게시한 영상들을 소개하며, 이란 정권이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를 앞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19년 7월11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북부에서 열린 이슬람 복장 규정(히잡) 준수 촉구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6.06.25.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이란 정부가 과거 탄압 대상이던 '히잡 미착용 여성'까지 선전 영상에 등장시키며 전쟁 이후 내부 결속을 부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계기로 반정부 성향 시민들까지 국가 방어 여론에 합류했다는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친정부 세력이 최근 온라인에 게시한 영상들을 소개하며, 이란 정권이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를 앞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정부 성향 영화감독 호세인 샤마그다리가 제작한 영상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시위 이후 이란 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영상에서는 일부 여성이 이란군과 혁명수비대(IRGC)와 산하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영상 속 한 젊은 여성은 분홍색 상의와 청바지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곱슬머리는 어깨 위로 드러나 있었다.

그는 "나는 이슬람공화국이나 최고지도자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전쟁이 시작된 뒤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IRGC와 바시즈 민병대가 싸우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히잡 미착용 여성을 단속해 온 권력기관을 공개적으로 두둔한 것이다.

NYT는 이 발언이 자발적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영상 속 답변이 강요된 것으로 보이는 뚜렷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자유주의 성향 이란인들 사이에서도 외부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짚었다.
[테헤란=AP/뉴시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이란 친정부 세력이 최근 온라인에 게시한 영상들을 소개하며, 이란 정권이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를 앞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19년 7월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복장 규정(히잡) 준수 촉구 집회에 참석한 보수 성향의 이란 여성들이 검은색 차도르를 쓴 채 국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2026.06.25.

이란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은 여전히 법적 의무다. 이를 어기면 체포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이란 거리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친정부 집회에서도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이 포착됐다.

NYT는 이를 단순한 복장 변화가 아니라 정권의 선전 전략 변화로 봤다.

전쟁 전 이란은 반정부 시위와 경제난으로 민심이 크게 갈라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외세 공격에 대한 분노를 활용해 핵심 지지층 밖의 시민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히잡 문제가 오랫동안 이란 사회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전쟁 이후에는 정치·사회적 균열선이 일부 달라졌다고 봤다. 정권에 비판적이던 시민들도 외부 공격에는 반대할 수 있고, 이란 정부는 그 틈을 이용해 '정권 수호'보다 '국가 방어'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여성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히잡 단속은 여전히 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반대 의견에 대한 통제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