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해경, 대만 동쪽서 외국 상선에 입항 정보 요구
美·유럽 "항행 자유 위협"…대만 "아직 승선 검문은 없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간) 중국 해경 선박들이 이달 초 대만 본섬 동쪽 수역을 순찰하면서 외국 상선에 무전으로 입항 관련 정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작전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 동안 진행됐다.
다만 현재까지 중국 해경이 외국 선박에 실제로 승선해 검문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만과 미국, 서방 당국자들은 지금은 무전 요구 단계지만, 향후 선박을 멈춰 세우거나 승선 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만은 자치 정부가 통치하는 민주주의 지역이지만,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 해양활동을 추적하는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이번 움직임을 총을 쏘지 않고 선박 통제를 늘려 대만을 서서히 고립시키는 방식으로 봤다.
미국의 사실상 주대만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중국의 행동이 지역 안정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AIT 관계자는 중국에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경제 압박을 중단하고 대만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국과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대표부도 공동성명을 내고 중국의 행동이 지역 안정과 항행의 자유, 국제 해운 안전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대만 주변에 해군과 해경 선박 투입을 늘려 왔다. 이는 대만 주민 2300만명에게 중국의 압박에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장기 압박전의 일부로 평가된다.
중국은 과거 대규모 군사훈련에서 대만 봉쇄를 모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군사훈련이 아니라 해경이 외국 상선을 상대로 직접 정보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대만이 우려해 온 외국 선박 정선·승선 검사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이번 작전 기간 선박 198척을 점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만은 중국 해경이 외국 선박에 실제 승선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일본과 필리핀이 인근 해역의 배타적경제수역 문제를 논의하자, 해당 해역에 중국의 권리도 걸려 있다며 순찰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중국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만 당국은 일본·필리핀 협상이 대만과 각국 사이의 별도 해양 협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만 당국은 닷새 동안 중국 해경의 관련 행동 3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사례에서는 중국 해경이 싱가포르 선적 선박에 무전으로 입항 예정 항구 등 정보를 요구하고 중국 관할권을 주장했다. 이후 중국 해경은 베냉·라이베리아 선적 상선에도 비슷한 경고를 보냈다.
파월 국장은 중국 해경이 외국 선박에 보고를 요구하는 전례가 만들어지면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무전 경고에 그치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중국 해경이 선박을 멈춰 세우거나 승선 검사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중국이 대만 주변을 자국 관할 해역처럼 다루며 외국 선박에 중국 본토 통관 절차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 당국은 이번 중국 해경 활동을 전면전은 피하면서 군사·해경 수단으로 대만을 계속 압박하는 ‘회색지대’ 활동의 새 형태로 보고 있다. 대만 해경은 중국 해경 활동을 감시하면서 대만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무전 방송으로 맞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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