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데이터센터 확산에 냉방 수요 급증
캐리어·다이킨 등 HVAC 기업 잇단 강세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기후변화로 폭염이 반복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냉방·냉각 시스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냉난방공조(HVAC) 업체들이 새로운 AI 수혜주로 부상하며 주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거용 에어컨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뉴욕증시 상장사 캐리어글로벌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약 33% 늘어 6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택과 병원, 사무실, 농업·산업 시설용 맞춤형 HVAC 시스템을 제조하는 매디슨에어솔루션스는 지난 4월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41% 상승했다. HVAC 시스템을 제조·판매·유지보수하는 다른 업체들의 주가도 올해 큰 폭으로 올랐다.
미즈호의 전기장비·산업재 담당 애널리스트 브렛 린지는 "투자자들은 기후변화를 중요한 투자 변수로 보고 있다"며 "지구온난화와 강화되는 에너지 효율 규제, 신흥국 도시화가 글로벌 HVAC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관측 사상 가장 더운 3년이었다. 특히 2024년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표면 평균기온이 1.55도 높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년부터 2030년 사이 어느 한 해가 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을 86%로 전망했다.
극심한 폭염은 기존 냉방 설비의 교체 수요도 앞당기고 있다. 린지는 "과거에는 충분했던 노후 장비가 설계 기준을 지속적으로 웃도는 기온에서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유럽 전역에는 폭염 적색경보가 여러 차례 발령됐다. 프랑스 파리는 40.9까지 올랐고, 영국 일부 지역에서는 잠정 최고기온인 36도를 기록하며 일상 곳곳에서 냉방 인프라의 한계가 드러났다.
UBS의 산업재 부문 대표인 아미트 메흐로트라는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미국보다 훨씬 낮아 HVAC 업체들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유럽에서도 에어컨 보급률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HVAC 제조업체인 일본 다이킨공업의 유럽 지역 에어컨·냉동기기 매출은 지난 회계연도에 약 10% 증가해 모든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회사는 에어컨 보급률이 낮았던 주거용 시장의 성장과 상업용 시장의 환경 인식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다만 소비자용 냉방 시장은 가격 부담이 변수인 만큼,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와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사무실 개보수 수요가 늘면서 상업용 HVAC 업체들은 주거용 냉방업체보다 더 큰 수혜를 입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시공업체로도 평가받는 컴포트시스템스USA의 주가는 올해 두 배 이상 상승했고, 상업용 HVAC 및 액체 냉각 시스템 업체 AAON도 70% 올랐다. 존슨컨트롤스는 주거용 HVAC 사업을 매각한 뒤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집중하면서 올해 주가가 18% 상승했다.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 줄리언 미첼은 "기후변화도 투자자들의 관심사지만 상업용 HVAC 기업에는 데이터센터가 훨씬 더 중요한 성장 동력"이라며 "주거용 에어컨 업체는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비주거용 HVAC 업체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성장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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