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체험 소재로 한 신작 '영혼의 왈츠'
"일어난 일들 잊지 않기 위해 글 쓴다"
"한국은 어둠 속 빛 존재에 대한 증거"
"AI는 선악 없는 도구…왜 두려워하나"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사실 저는 오래전부터 전생 체험에 빠져 있었어요. 제가 만난 한 영매는 제가 111개의 전생을 거쳤다고 해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 신간 '영혼의 왈츠'(열린책들)를 소개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영혼의 왈츠'는 주인공 톨레다노가 전생을 체험하며 인류역사 속에서 반복돼 온 빛과 어둠의 대립을 다룬다. 인간을 해방하려는 계몽주의와 인간을 노예 상태로 예속시키려는 몽매주의다.
주인공 외제니 톨레다노는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에 과거로 향한다. 네안데르탈인으로 환생한 주인공은 타분 동굴에서 인류의 첫 장례식을 보게 된다. 이들은 지적으로 더 월등했음에도 수가 부족해 호모 사피엔스에게 절멸당하게 된다.
이에 주인공은 기록을 통해 역사에서 지워진 이들의 기억을 남기려 한다.
다음으로 피타고라스로 환생해 싯다르타를 만나는 등 주인공은 인류 문명의 발아부터 현대까지 훨씬 더 평화롭고 훨씬 더 성숙하게 발전했을 수 있는 사람들의 삶을 체험한다.
패자의 기록을 복원해 내는 이 소설에는 베르베르의 전생에 대한 오랜 관심과 자전적 요소가 깊게 녹아 들었다.
"전생 체험을 통해서 다른 삶도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고 생각해요. 소위 신앙이나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일종의 실험이죠."
그는 명상을 통해 이집트의 젊은 여성의 삶을 체험했던 기억도 소설 속에도 반영됐고 했다. 베르베르는 "전생들을 겪으며 역사와 과거의 실제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과거를 쓰는 이유는 현재와 미래를 보기 위해서다.
"'영혼의 왈츠'에서 과거를 다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미래를 더 잘 예측해 보기 위해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작가 자신도 진실을 기록할 필요를 느꼈다고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제가 글을 쓰는 아주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며 "이런 사건 있었단 걸 기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장면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미래는 곧 '몽매주의 타파'라는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몽매주의 세력에 대해 확실히 인식해야 하고, 이러한 경향이 전 세계에서 지금 목도되고 있다는 거예요. 몇몇 나라나 광신주의적 종교들이 인간을 다시 어둠으로 그리고 노예로 예속화시키려는 움직임들이 확실히 보이고 있어요."
그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을 예로 들며 "독재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독재국가와 독재자라고 이름 붙여야 한다"며 "전체주의 세력과 독재에 대항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영혼'에 관한 베르베르의 생각도 담겼다. 불교의 윤회처럼 반복되는 살아감 속에서 영혼의 형제와 함께 영혼은 각자의 사명을 좇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우리가 모두 전생을 여러 번 거치며 한 영혼이 여러 몸을 거치는 거죠. 한 삶이 끝났을 때 인생의 여정 동안 영혼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판단 받고 다음 인생을 결정하게 되는 거예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일본과 중국의 침략 등 한국의 역사를 언급하며 "여러분은 기적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든 과거 때문에 오히려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려는 열망이 강한 나라라고 느껴져서 한국에 오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일본의 침략과 중국, 러시아의 공격을 매번 맞서내 왔고, 삶으로 그걸 극복해 왔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야말로 이런 어두운 세상 속에서 빛이 존재하고 앞으로도 소망 있을 거라 보는 증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인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는 "1995년 출간한 '뇌'에서 이야기한 적 있다"며 "SF의 소명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부터 AI를 다뤄 왔기에 그 너머를 소설로 쓰겠다는 취지다.
또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AI가 큰 화두로 던져지며 많은 두려움이 퍼지는 것 같다"며 "AI는 단순 도구일 뿐이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도구에는 선악이 있지 않다"고 했다.
베르나르베르베르는 영성의 성숙과 자연과 관계 회복이 미래에 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인류세 시대 지구의 존속과 공존을 위해 '인구 절제'라는 혁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전세계적으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아야 된다'에서 정말로 '아이를 낳았을 때 사랑으로 잘 양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과 우리는 다시 연결돼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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