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남아공과 A조 3차전서 0-1 패
현지·원정 붉은악마로 안방 같은 분위기였지만
최약체 분류됐던 남아공에 잡혀 '탈락 위기'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 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0-1로 졌다.
축구대표팀은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친 뒤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 실점을 내줬고, 남은 시간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한 채 패배했다.
이로써 1승 2패(승점 3)에 그쳐 3위로 추락한 한국은 다른 조 경기를 기다리며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팀에 들어 32강에 진출하길 기도하게 됐다.
2002년 한일 대회(4강), 2010년 남아공 대회, 2022년 카타르 대회(이상 16강)에 이은 한국 축구의 4번째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 진출을 보려는 국내외 붉은악마들이 몬테레이 스타디움에 집결했다.
'멕시코 속 작은 한국'이라 불리는 몬테레이는 같은 주 인접 도시를 포함하면 300여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교민 수는 무려 5000여명에 이른다.
이곳은 체코전과 멕시코전을 치른 과달라하라 스타디움보다 더 안방 같은 분위기였다.
경기장 주변은 킥오프 한참 전부터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붉은악마들로 가득했다.
김성윤(30)씨는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친구 폴(32)과 2차전 멕시코전에 이어 3차전 남아공전까지 보러 왔다. 축구공은 폴이 그려준 것"이라고 얘기했다.
심하게 목소리가 갈라진 김씨는 "어제 광장에서 응원하면서 광란의 밤을 즐겼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 술 없이도 축구 덕분에 너무 좋은 에너지를 얻었고 재충전했다"며 웃었다.
이어 "나중에 멕시코인들이 놀러 오거나 한국이 월드컵과 비슷한 국제 대회를 개최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똑같은 사랑을 보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한범(미트윌란), 오현규(베식타시), 이재성(마인츠)이 한 골씩 넣어서 시원하게 3-0으로 승리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씨는 "올해 1월 회사에서 몬테레이로 발령이 나서 왔다. 마침 월드컵이 열리는 걸 알아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한국 유니폼, 아이들은 멕시코 유니폼을 입은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여기 살고 있으니, 한국과 멕시코가 어우러졌으면 하는 의미"라고 답했다.
김씨는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선수가 두 골을 넣어서 2-0으로 이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손흥민이 선발에서 제외됐다고 얘기하자 부부는 크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중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가상 '헌트릭스'의 복장을 한 콘스(10)와도 짧게 대화를 나눴다.
콘스는 "케데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며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왔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한국이 남아공을 쉽게 이길 것이다. 아마 손흥민이 다섯 골을 넣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킥오프 50분여를 남기고 주장 손흥민을 필두로 선수들이 등장하자 관중석 곳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렸다.
태극전사들은 일렬로 서서 팬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 몸을 풀었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발 라인업이 호명된 가운데 한국에선 선발 제외된 손흥민 대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에게 가장 큰 함성이 쏟아졌다.
또 스타디움엔 BTS(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불타오르네'가 나와 분위기를 띄웠다.
이때 관중석에선 한국을 응원하는 멕시코인들의 "꼬레아!"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대~한민국!" 박자를 따라서 손뼉을 치기도 했다.
경기장 곳곳을 붉게 물들인 붉은악마의 애국가 제창도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경기장엔 5만1243명이 들어차 매진을 기록했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에도 구름 관중이 몰렸지만 매진은 아니었다.
전반 2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헤더, 전반 8분 이강인의 슈팅에 탄성이 터졌다.
붉은악마는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을 외치며 응원전을 이어갔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멕시코인들의 '지원 사격'도 계속됐다.
이들은 남아공이 골키퍼 쪽으로 볼을 빼자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또 '파도타기' 응원을 벌이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팬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같은 시간 멕시코가 체코에 골을 넣었다는 소식과 득점 장면이 전광판에 송출되자 몬테레이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후반 18분 남아공이 한국에 선제골을 넣으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붉은악마는 순간 얼어붙었고, 남아공 팬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남은 시간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북소리와 피리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으나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지만 득점은 없었고, 한국은 남아공에 0-1 패배를 당했다.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행을 확정한 남아공은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태극전사는 종료 휘슬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고, 붉은악마 사이에선 적막감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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