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정권교체 주장했지만…"이란과 공존하는 법 배워야" 자성론

기사등록 2026/06/25 12:01:35

우파들 사이에서 '실용주의' 자리 잡기 시작…"이란 쉽게 굴복 안 해"

젊은층 전쟁보다 협상 원해…45세 미만 공화 지지자 53% '전쟁 반대'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란과의 휴전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주장하며 이란은 서명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6.06.11.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수십 년 동안 이란 정권이 '세계 최악 중의 최악'을 대표한다는 생각은 미국 공화당 외교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가운데 최근 미국 우파들 사이에서 "이란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관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이란 지도자들을 "강인하고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칭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통해 확인됐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런 변화의 주요 지지자로 부상했으며, 오랜 매파들조차 어조를 바꾸고 있다.

◆ 美 우파들 사이에서 이란 바라보는 시각 바뀌어

다만 이런 변화가 지속될지를 단정짓기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다수의 공화당 사람은 강경 태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과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화당의 강경 노선에서 벗어나려는 우파의 움직임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다.

밴스 부통령의 우군인 커트 밀스 아메리칸 컨서버티브(The American Conservative) 편집장은 “이란은 자신을 지켜냈다. 잘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컨서버티브는 보수주의 원조 고립주의자인 패트릭 뷰캐넌이 창간한 잡지다. 미국의 대외 간섭주의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을 지지해 왔다.

밀스는 "우파 진영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덜 금기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파한=AP/뉴시스] 사진은 2005년 3월30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 외곽 우라늄 전환시설에서 방호복을 입은 이란 보안 관계자가 시설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 2026.06.24.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븐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래의 달인이자 실용주의자"로 묘사하며 "그는 이란의 항구 도시인 반다르아바스 주변에 정박한 전함 미주리호에서 항복식을 치르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배넌은 "그들은 은신처로 숨어 들어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은 최근 보수층 시청자가 많은 전 폭스뉴스 진행자 메긴 켈리의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이란과의 잠정 합의를 설명했다. 켈리는 이후 방송에서 매파들이 낡은 세계관에 갇혀 있다며 이란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내 보수파는 이란에 대해 여전히 강경하다.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은 지난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신정주의 광신자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주는 것은 매우 나쁜 생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에 대해 "매우 형편없는 조언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인 팀 시히(몬태나) 상원의원도 이란 지도자들은 여전히 "당신과 나를 죽이기 원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상원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로저 마샬(공화·캔자스) 상원의원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란이 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지난 4월 "비이성적인 종교 광신자들과 협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발언과 대비된다.

그는 또 폭스 라디오에 출연해 "이란을 옹호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면서도 "미국은 협상을 통해 전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영원한 전쟁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샬 의원은 이란 전쟁 과정에서 미군 장병 1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2026년 6월11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가 정박 중인 선박들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 2026.06.23.
◆ 젊은 보수층 전쟁보다 이란과의 협상 원해

이런 인식의 변화는 여론조사에서 잘 나타났다.

지난달 공개된 NYT·시에나대 조사에서 45세 미만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53%는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5세 이상 공화당 지지자 22%가 전쟁에 반대한다고 답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또 젊은 층의 54%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쳤다'고 했다. 반면 고령층에서 이런 답변을 한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45세 미만 공화당 지지자 중 약 4분의 3은 '미국이 해외 문제에 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한 반면 45세 이상 지지자 중 약 40%가 그렇게 답했다.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최근 보수주의 논객 터커 칼슨 팟캐스트에 출연해 "(젊은 보수층을 중심으로) 미국 우파 일부는 이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 축소를 주장해 온 파르시 부소장은 "그들은 미국이 전략적인 패배를 당했다는 사실보다, 애초에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더 분노하고 있다. 이는 이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