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4집 '0집' 발매 기념 인터뷰
약 10년 전 만든 28곡에 신곡 1곡 추가해 29곡 실려
궤적을 둥글게 휘어 '0'에 닿다
"지금의 이승윤을 과거의 이승윤이 구원한 것에 가깝다"
치열하게 묻고 함께 덧댄 시간들
"과거를 부정하고 메꾸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로 합치시키는 과정"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하나의 단단한 선형적 궤적을 그려왔다. 정규 1집 '폐허가 된다 해도'에서 무너지지 않은 것들을 간절히 주워 담았던 그는, 2집 '꿈의 거처'에서 기꺼이 자신만의 나침반을 쥔 채 자리를 찾았고, 3집 '역성'을 통해 낡은 규율을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벼려냈다.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은 듯했던 이 시점에, 이승윤은 돌연 10년 안팎 전 방구석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미완의 28곡들을 불러 모았다. 몇 곡은 음원사이트에 한 때 등록했지만 스스로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진보나 퇴보의 방향성이 아닌, 1과 2와 3을 지나 다시 0으로 돌아와 선을 하나의 둥근 원으로 이어내는 결연한 작업이다.
이는 과거의 웅크린 자신을 현재의 성취로 구원하는 얄팍한 승전보가 아니다. "지금의 이승윤을 과거의 이승윤이 구원한 것에 가깝다"는 그의 말처럼, 지우고 싶었을 법한 모자란 시절의 목소리마저 훼손 없이 보존해 지금의 주파수와 도킹시킨 치열한 합치의 결과물이다.
이 숭고한 복원의 과정은 결코 홀로 이뤄지지 않았다. 1집이 나오기 전 '나 혼자서 할 수가 없구나'를 뼈저리게 인정했던 그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 만난 든든한 음악적 동료 조희원, 지용희, 이정원과 함께 미완의 방에 온전한 뼈대를 세우고 온기를 채웠다. 과거의 가고일 석상과 현재의 건축 양식이 한데 어우러져 장엄한 역사를 증명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이들의 연대는 이승윤의 10년을 밀도 높은 29곡(신곡 한 곡 포함)의 피지컬로 조각해 냈다. 더블 타이틀곡 '무얼 훔치지'와 '뒤척이는 허울' 뮤직비디오는 각각 애니메이션 감독 정다희, 역성'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호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우리는 종종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성급한 해답에 기대려 한다. 그러나 이승윤은 명쾌한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오만을 단호히 거절한다. "나는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삶을 진짜로 온몸으로 살아내고 싶다"는 그의 묵직한 고백은,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하고 아름다운 윤리다.
세상의 잣대로는 삐딱해 보이는 마름모일지언정, 그 안에서 가장 역동적인 맥박으로 요동치는 이승윤의 음악. 부단히 무언가를 훔치고 또 뒤척이며 마침내 '0집'이라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에 선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 합주실에서 만났다. 끝없는 질문을 안고 다시 문밖을 나설 준비를 마친, 지독하게 현실적인 이상주의자의 이야기다.
-1집부터 3집까지의 서사는 선형적으로 흐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4집은 '0집'이라는 타이틀 제목도 그렇고 원으로 수렴하는 느낌이 있어서 순환적인 작업이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과거, 현재, 미래가 다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어쩌면 과거에 웅크리고 있었을 수도 있는 승윤 씨의 모습을 지금의 이승윤이 구원하는 게 아니라고 추정해봤습니다. 이번 앨범이 과거의 승윤 씨와 스스로의 화해 또는 연대 또는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과거의 이승윤을 지금의 제가 구원한다' 이렇게 표현해 주셨는데 사실 지금의 이승윤을 과거의 이승윤이 구원한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1집과 2집과 3집을 내는, 선형적이라고 표현해 주신 그 궤적을 그리다가 다시 이 시점에 0을 정함으로써 어디가 시작도 아니고 어디가 끝도 아닌 함부로 어디를 과정이라고 일컫지 않고 '어떤 하나의 궤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화합, 연대라기보다는 그냥 그 모든 순간이 다 저였던 것 같습니다."
-그 대답이 소속사 이름이기도 한 마름모라는 도형과 맞닿는 지점이 있습니다. 마름모는 네 변의 길이는 같지만, 마주 보는 각만이 같을 뿐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죠. 기존의 굳건한 권위를 해체하는 비정형성을 띠면서도, 그 자체로 온전한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이번 앨범은 승윤 씨의 그 '삐뚜루의 미학'이 정점에 이른 게 아닌가라는 판단이 들게 해요.
"마름모, 삐뚜루에 어떤 미학이 있다면 그것의 사실 태동이기도 하고요. 모든 노래들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삐뚜루라는 것을 아주 정갈하게', '마름모라는 것을 정갈하게'라는 키워드가 다 있을 것 같아요. '0집'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욕심은 제대로 된 마름모를 만들고 싶고 제대로 된 삐뚜루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두 면을 다 충족시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음이 정해져 있고 박자가 정해져 있는데요. 거대한 어떤 선과 틀을 인정하되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내가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것이 좋다'라며 어떤 것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내고 싶어요. 나 혼자 좋다고 우기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 안에서 그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자유함을 잘 구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 때문에 승윤 씨 음악을 들으면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근데 '0집'이 나온 시점이 지금이에요?
"마음속으로는 항상 생각했어요. 제가 일흔살이 되서든, '언젠가는 한다'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1집과 2집과 3집을 내면서, 앞서 말씀하셨듯이 어떤 선형적인 이야기가 됐는데 지금 0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1집도, 2집도, 3집도 더 의미가 더 생길 것 같았어요. '0집'이라는 것을 애초에 다시 내야지라는 마음을 먹어서 느슨한 시간 가운데 1집과 2집과 3집을 낸 거여서요. '0집'을 내기 위해서 그전 앨범을 냈다라고 볼 수 있거든요. '역성'이라는 것을 한 다음에 0을 이야기하는 게 더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윤 씨는 '쓴다'는 행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노래에도 잉크, 필기 같은 소재가 많이 등장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승윤 씨는 '노래를 만든다'가 아닌 '노래를 쓴다'처럼 느껴져요.
"'굳이 진부하자면'이라는 노래 가사에도 있는데 편지 하나를 써보려고 해도 정말 짧은 문단의 안부 편지조차도 저는 한 반나절 정도 걸리거든요. 제 입장에서 '쓴다'라는 행위는 뭔가 수려하거나 강물이 흐르듯이 바람에 이끌려서 가는 건 아닌 것 같고요. 한 걸음 한 걸음 꾹꾹 눌러 쓴 같은 느낌으로 쓴다가 맞습니다."
-그런 부분은 겸손함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긴 해요. 그 겸손함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을 해봤을 때 승윤 씨는 만약에 뮤지션이 안 됐으면 천문학자가 되셨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주 소재에 관심도 많으시잖아요. 이번 앨범에도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지식보다 거대한 우주에는' 곡에서 자아를 섣불리 규정하지 않고 열어두는데 우주로 대표되는 세상에 대한 겸손 같았거든요.
"우주는 사실 너무 멀고 어둠도 있고 빛도 있고 또 그들 간의 연계도 있고 또 동떨어짐도 있고… 사실 여러 가지 상태를 비유하기 좋은 요소들인 것 같아요. 저는 우주에 대해서 엄청나게 잘 알지 못하고 천문학자가 됐을 거라고 좋게 봐주셨지만 저는 수학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절대 될 수가 없고요. 우주라는 이론도 잘 모르는데요. 그냥 단지 우주는 저희한테 엄청나게 압도적인 장엄함과 숭고함과 경외감을 주잖아요. 하지만 동시에 저랑 별반 다를 바 없는 고독을 우주 저 멀리, 저 반짝이는 곳에 있는 무언가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상호 주고받는 어떤 경이와 고독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의지와 선택의 문제로 수렴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의지와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승윤 씨는 항상 자신의 '옷장'에서 뭘 꺼내오는 느낌이긴 하거든요.
"누구나 어떤 종류의 옷장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말을 내뱉거나 모든 생각을 다 표현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이라는 사회적인 동물은 그런 걸 할 수가 없으니까요. 누구나 자기만의 옷장, 보석함, 창고가 있을 수 있는데 저도 옷장에 있는 옷들을 전부 다 꺼내서 입는 건 아니에요. 한 번은 재킷을 입었다가 한 번은 양말만 신었다가 아직 못 입어본 옷도 있고 이거는 입지 말아야지 하게 되는 옷도 있고 헌옷수거함에 버리는 옷도 있고 이제는 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하는 옷도 있고 이런 것 같습니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이번에 30곡을 채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29곡이라는 숫자 자체도 대단하지만 왜 29곡이었어요?
"저는 진짜 생각을 못 해봤는데… 그렇게 물어봐 주셔서 '아 이게 30곡을 채울 수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숫자는 제가 치밀하게 계획한 건 아니었고요. 그냥 그저 1집이 나오기 전에 제가 파편처럼 흩어놨던 모든 곡들을 모으다 보니까 28곡이 됐어요. 감상을 위해서 맥락을 만들다 보니 파트가 두 개가 나눠졌고, 두 번째 파트 '뒤척이는 허울'의 인스트루멘털로 만든 '뒤척이는 너울'이 있으면 좋겠다 해서 한 곡이 추가돼서 29곡이 된 거예요."
-승윤 씨 일부러 30곡을 채우지 않은가 혼자 상상 해봤습니다. 그리고 파편들을 모았다고 하시니까 컴퓨터 '조각모음'이 떠올라요.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부팅이 안 되면 저희 시절엔 조각 모음을 했잖아요. 그렇게 디스크가 정리되면 컴퓨터가 다시 정상화됐죠. 그래서 승윤 씨 앨범이 그런 콘셉트가 아닐까 혼자 또 재미있어 했습니다. 또 이번 앨범에서 흥미로웠던 건 노래 가사의 운율감이었어요. 특히 '뒤척이는 허울'은 너무 감탄했어요. '아마 뒤척이는 허울 / 아마 지척에는 조울 /아마 뒤쳐지는 너울 / 아마 미쳐가는 서울에 / 아마 빛을 잃은 거울' 이 부분이 특히 그랬는데 어떻게 보면 세련되지 않을 수 있는 기교인데 그 운율감이 감정의 파고랑 일치되니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습니다.
"단어가 먼저였던 건 아니었고, 무엇이 이 다음에 따라올까를 생각했어요. '세상이 '뒤척이는 허울들'뿐이다라는 것을 느꼈을 때 무엇이 따라올까 그러면 뒤척임에는 아마 조울이나 너울이 있겠지 그러면은 이 조울이라는 상황에 있을 때는 내가 마땅히 흘러가야 할 어떤 파도나 이런 것들이 뒤척이겠지' 하면서 뭔가 감정선이 먼저 있었고 그에 맞는 단어들을 골라서 썼던 것 같습니다."
-방구석에서 홀로 만들었던 노래들을 이번에 동료들하고 같이 작업하시면서 또 새로웠을 것 같은데요. 물론 곡마다 편곡이나 느낌 뉘앙스 살리는 건 다르셨겠지만 동료들과 도킹 과정이 전반적으로 어땠나요?
"사실 '0집'이라는 노래들은 제가 혼자 만들 수 없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음원 사이트에서 내려갔던 거고요. 그래서 다시 만들어야겠다라는 결심을 했던 거고요. 그 동안은 '나 혼자서 할 수가 없구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1집, 2집, 3집을 동료들과 함께 만들고 이번에 '0집'도 같이 만들면서 이게 굉장히 내밀한 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구나라는 것을 더 느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좋은 것을 '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능력은 안 된다. 그래서 이 노래들을 만든다면 많은 이들의 손을 빌려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서두에 '왜 '0집'을 지금 냈냐고 물으셨는데 제가 하이프(Hype)를 받은 직후에 냈다면 그냥 단순히 그전 흩어져 있던 노래들에 그냥 자본을 더하는 것밖에 안 됐을 것 같아요. 근데 제가 1집, 2집, 3집을 만들고 동료들과 도킹을 하면서 이런 부분에 도움을 받고 이런 부분을 같이 하고 이런 부분은 내가 혼자 해야 되는구나를 알아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더 의미 있게 '0집'이 됐습니다."
"제가 이 앨범을 만들면서 계속 저 스스로에게도 또 친구들에게도 말했던 것은, '우리는 지금 과거를 부정하고 메꾸는 작업을 하거나 훼손을 하는 게 아니라 보존을 하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금의 이야기로 합치시키는 과정을 하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작업을 하다가 어떤 종류의 목소리, 어떤 종류의 코러스들은 물론 메인 보컬을 제가 다시 했는데요. 예전 목소리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의미를 위한 의미라기보다는 진짜로 그때 그 친구와 지금의 제가 같이 만드는 10년에 걸쳐서 만드는 앨범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특히 발전하는 뮤지션들은 과거를 부정하거나 그거를 되도록 꺼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제가 봤을 때는 경우의 수가 더 많았었거든요. 근데 승윤 씨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구원해 줬다는 말도 그렇고, 순간순간 충실해 온 삶 속 나에 대한 존중이 있어서 좋아요. 과거에 대한 부정이 없다는 점이 멋집니다.
"'그 시절'이나 '옛날' 이렇게 표현하고 싶진 않은데 어쨌든 그 표현을 써야 된다면 그 시절의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 모든 시절이 있지 않았다면 저는 이 모든 앨범들은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지금의 이 분투가 또 언젠가의 저에게 또 의미가 있기를 바라면서 언젠가 '그 시절'이 될 지금 이 시절들을 계속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이라는 친구를 배제하고서는 지금을 절대 설명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올해 초에 파리에 갔었는데 노트르담 대성당에 갔다가 저희가 알고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생각보다 현대에 만들어진 버전이고 초창기에, 정말 초창기에 만들어진 성당이 계속 개보수를 하면서 만들어진 버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양식이었다가 어떤 양식이었다가 그러다가 가고일 같은 석상은 원래 태초엔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생기고 하면서 수백 년의 역사에 걸쳐서 만들어진 게 저희가 지금 아는 노트르담 대성당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면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와 지금의 가고일과 이것을 합치시키는 작업을 하는…."
-되게 좋은 비유네요. 이제 승윤 씨 노래 들으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떠오를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 '밖' 콘서트 너무 좋았어요. 공연장소까지 들어가는 동선부터 시작해서 공연 진행 방식, 라인업 등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킨텍스 후면 광장에서 공연을 하실 생각을 어떻게 하셨던 거예요?
"사실 저희도 아주 확신을 가지고 한 건 아니었고요. '정말 안 하던 것을 해보자'라고 생각한 뒤 오랜 기간 장소를 찾아봤는데요. 사실 무언가 제한은 좀 덜한 부지들이 있었는데 그 공간이 뭔가 상징적이고 더 의미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해서 그 공간을 고르게 됐던 것 같습니다."
-한로로, 산만한시선(산시), 신인류 등 같이 공연한 뮤지션 라인업들도 고심한 흔적이 느껴져요. 이번 라인업 뮤지션들과 함께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들은 무엇이었나요?
"이 부분은 너무 거창하게 말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분들을 모셨던 거고요. 다만 그냥 어떤 종류의 움직임이 이렇게 점점점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선형적인 루트가 아니라 좀 여러 가지 곳에 점들이 찍히다 보면 그게 하나의 별자리 같은 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열었습니다."
-깁슨(Gibson)의 산하 브랜드 에피폰(Epiphone)과 시그니처 기타를 선보이셨는데 픽가드에 달, 파에스토스 원반, 나침반, 체커보드 등의 오브제를 새긴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상징들이 본인에 대한 다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승윤 씨의 노래는 약간 질문 같은 느낌들이 있어요. 약간 불가해한 것들에 대한 고민들에 대해서 그걸 노래로 풀어내는데 그게 답이 아니라 그냥 같이 고민해 보자는 식으로 질문들을 던져서, 노래 만들고 낼 때마다 정말 고통스럽겠다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근데 문득 승윤 씨는 어느 순간 여기에 대한 해답을 내리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승윤 씨는 함부로 해답을 내린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가끔은 명쾌하게 답을 내리면, 뮤지션으로서 시원한 점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유혹도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러지 않을까 계속 생각했어요. 결국 노래는 질문하기 위해서 하시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모든 사람은 질문이라는 것에 더 포커싱을 두느냐 답이라는 것에 더 포커싱을 두느냐 혹은 그런 걸 신경 안 쓰고 그냥 삶을 실제로 사는 것에 포커싱을 두느냐 여러 형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질문이 많고 답을 알고 싶어 했던 사람으로서 제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답은 '나는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도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삶을 진짜로 온몸으로 살아내고 싶다 쪽인 것 같습니다. 근데 아무런 관념 없이, 생각 없이, 의지 없이, 의식 없이가 아니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그러나 답은 모르지만 '난 이번에 이렇게 걸었어' '난 이번엔 이 방향으로 갔어' 생각하며 이렇게 살고 싶어요."
-'폐허가 된다 해도'에서는 무너지지 않은 것을 주워 담았고, '꿈의 거처'에서는 좀 자리를 찾는, 그 '역성'은 좀 칼날 같은 목소리를 좀 담아냈다고 생각이 들어요. '0집'은 이 모든 치열한 과정의 출발점이자 종착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 시점에선 너무 이른 질문이긴 하지만 그러면 승윤 씨는 여기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이거는 이번 앨범 활동과 콘서트를 마치시면 달라질 것 같긴 하지만요.
"절대다수의 모든 삶은 문 밖을 나가서 집 앞을 지나서 어딘가를 거쳐서 무언가를 하고 그게 원하는 방향으로 됐든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았든 결국 다시 돌아와서 문 밖을, 문 안으로 들어와서 방 안으로 들어온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알렉산더 대왕이든 제 친구이든 마찬가지죠. 근데 모두 돌아옴에 집중을 했을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월드컵도 마찬가지죠. 월드컵이라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지만 월드컵이라는 걸 하고 결국엔 돌아오는 것이 또 인생인 거니까. 저는 그 인생을 사는 과정 중에 있다라고 생각해요. 저의 하나의 월드컵 정도가 끝난 게 아닐까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게 지점이 '무얼 훔치지' 노랫말하고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네 맞습니다. '무얼 훔치지'라는 노래는 10년 전 저의 고민이 아니고 인생을 산다면 계속 계속 어느 시점에 계속 부딪히게 되는 숙제처럼 안고 가야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제가 국대(국가대표)에 안 뽑힐 수도 있고요. 삶은 그런 미지수네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