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문해력 AI에 외주 주면 글 못 쓰는 사람만 남아"

기사등록 2026/06/24 17:43:19

서울국제도서전 개막날 첫 대담 '글쓴이와 옮긴이'

문학·번역·AI의 경계에서…작가들이 말한 '인간다움'

소설가 겸 번역가 활동 백수린·이주혜·정보라 참석

백수린 "소설도 AI가 대체? 책 안 읽는 사람들이 하는 말"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백수린(소설가 겸 번역가, 왼쪽부터), 이주혜(소설가, 번역가), 정보라(데모꾼)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6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강연 '글쓴이와 옮긴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2026.06.2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많은 산업에서 인간의 영역이 대체되고 있다. 특히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 분야가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가 빠른 속도로 개발되면서 점점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번역가 및 통역사가 여러 연구에서 AI로 인해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 중 하나로 거론된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책마당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 첫 대담 '글쓴이와 옮긴이'에는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백수린, 이주혜, 정보라가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프랑스어권, 영어권, 폴란드어·러시아어권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며 창작과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에 무엇이 인간다움을 구성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이에 맞춰 마련된 이번 대담 역시 소설과 번역, 인간과 AI의 경계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세 작가는 문학적 맥락이나 문화적 차이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아직까지 문학과 번역은 인간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생성형 AI를 전혀 쓰지 않고 앞으로도 거부할 계획이라는 정보라는 "주로 1950년대 이전의 소련 혹은 공산주의 폴란드 시절을 번역했는데 이 맥락을 기계가 그 시대의 맥락을 알고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완전한 맥락을 전부 전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제 생각을 단어로 말하고, 글 쓰고 번역하는 모든 일의 근본은 번역이 있다"며 "인간의 모든 의사소통은 번역과 통역에 있다"고 말했다.

백수린은 "문학은 결국 뉘앙스 등 역자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텍스트의 결이 달라지고, 이를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문학 번역은 그래도 조금 더디게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설도 (AI에) 대체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다. (분야의) 메커니즘을 모르면 말을 굉장히 쉽게 한다"고 말했다.

이주혜는 "번역은 매 순간 정치적이다. 원작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고, 이를 우리말로 변형할 때 (번역자의) 개입이 있는데 이 모든 선택 과정은 정치적"이라며 "종결 어미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묵직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백수린(소설가 겸 번역가, 왼쪽부터), 이주혜(소설가, 번역가), 정보라(데모꾼), 허희 문학평론가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6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강연 '글쓴이와 옮긴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2026.06.24. pak7130@newsis.com

이날 대담에서는 인간의 영역에 AI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백수린은 올해 도서전 주제문 속 '안전한 대답을 거부하고 백만 번씩이라도 미지의 삶 속으로 뛰어들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문을 두드린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어떻게 인간답게 살고, 소설가로서 번역가로서 어떻게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아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주혜는 자신과 김이설·정선임과 출간한 소설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의 제목이 최근 인생 모토라며 "낯선 곳으로 가보고 안전을 포기하더라도 갔을 때 뭔가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며 도전하고 새로움을 탐구하는 인간만의 모습을 강조했다.

정보라는 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는 인간의 문해력 능력을 강조하며 "우리 스스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문해력을 외주 준다면 결국 문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만 남게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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