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광주 사망 소방관 갑질 의혹 사실…비위 공직자 17명 엄정 조치 요구"

기사등록 2026/06/24 16:58:31 최종수정 2026/06/24 17:01:36

피해자, 극단선택 전까지 회식 24회 참석…나이트·노래방서 새벽 2시까지

'서장·과장 사이에 앉아라'·'오빠라고 불러라' 등 부적절 강요 밝혀져

광산소방서·광주소방안전본부·소방청, 유가족 감찰요구 사실상 묵살

[광주=뉴시스] 고(故) 광주 여성 소방관 A씨와 약혼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왼쪽)·해외여행 전 A씨가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유족 측 제공) 2026.06.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광주 소방관 극단적 선택 사건의 갑질 의혹을 조사한 결과, 회식 강요와 유가족의 감찰요구 묵살 등 대부분의 의혹들이 사실로 나타났다. 이에 국조실은 갑질 당사자를 비롯한 규정 위반 공직자 17명에 대한 엄정 조치를 소방청에 요구했다.

국조실은 2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통령 지시로 지난 11일부터 2주간 실시한 '광산소방서 소속 소방관 사망사건' 집중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갑질 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대치의 문책을 하라고 지시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10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 A소방교(女·향년 29세)는 2024년부터 7월 1일부터 지난해 10월 3일까지 총 24회의 부서 내 회식에 참석했다. 술을 동반한 회식 자리는 나이트클럽·노래방 등에서 최장 새벽 2시까지 이어졌으며, 이 자리에서 A씨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와 같이 남성 상사 옆자리에 착석할 것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등 부적절한 호칭을 강요받았다.

회식 자리 갑질 뿐만 아니라 A소방교가 해외여행을 갈 때 술이나 커피를 사오라거나, 전임 서장 부친상·빙부상에서 상차림과 심부름을 하는 등 각종 사적 노무까지 강요받은 사실이 이번 점검을 통해 드러났다.

A소방교 사망 후 갑질 의혹을 감찰해달라는 유가족의 요구도 사실상 묵살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소방교의 근무지였던 광산소방서는 유가족의 감찰 요구에 대해 갑질행위 가해자로 확인된 부서장 B씨가 감찰 부서의 장으로서 사실상 '셀프 조사'를 했다고 국조실은 밝혔다. 유가족이 요구했던 감찰은 2025년 7월 이후의 공식 회식 횟수(3회)와 피해자의 업무 태도 등만 보고된 채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됐다. 유가족이 요청했던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광산소방서 상급기관인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이 같은 광산소방서의 자체 조사 결과를 형식적 확인만 했으며 지난해 12월 A씨 남자친구가 문제를 제기한 뒤에도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안내했으나 이후 5개월이 지난 지난달 12일까지 이를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A소방교의 심리상담자료를 위탁업체에 권한 없이 요구한 뒤 남자친구에 대한 긍정적 내용은 뺀 채 '교제 어려움 토로'에 관한 내용만 발췌해 A소방교의 극단적 선택 경위를 왜곡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한 이 문서를 대국민 공개 문서로 15개 유관부서에 발송해 비밀 보장이 원칙인 심리상담 자료를 대내외적으로 노출시켰다.

소방청 본청에서는 지난달 12일 공무원노조의 민원 제기 후 감찰 착수 계획을 수립했으나, 부실 감찰의 당사자인 광주소방안전본부 직원 6명을 조사반에 편성하고 국조실 점검이 시작될 때까지 약 한 달 간 관련자 대면 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국조실은 ▲회식·음주강요 ▲유족 측의 감찰 요구 묵살 ▲피해자 심리상담 자료 노출 등의 비위행위가 확인된 광산소방서 소속 9명, 광주소방안전본부 소속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공직자 17명에 대한 엄중한 징계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하고, 관리 책임이 있는 퇴직자 2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국조실은 "이번 사망사고가 소방 조직의 전근대적 내부 문화와 부실한 소방관 인권 보호 실태에 기인한 만큼, 소방청이 조직문화 개선 및 소방관 인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도록 통보할 예정"이라며 "이번 점검 결과가 공직사회 갑질 문화 폐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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