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석 91% 승자 독식, 주요 보직 전남 쏠림에 광주권 '반발'
'사전 판짜기'에 소수 정당 고립·여성 배제…"정치적 다양성 실종"
"민주화 심장부에서 구태…협치기구 상설화·野 배려·투명성 시급"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가 7월 출범을 앞두고 '통합'과 '균형'이라는 양대 가치가 무색할 만큼 승자 독식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의석의 91%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원 구성을 독점하면서 소수 정당이 고립되고 여성의원들의 설 자리도 좁아진 데다 권역별로는 전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광주권 의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민주주의 심장부에서 탄생한 전국 최초 모델인 만큼, 협치기구 상설화와 소수당·여성 의원에 대한 배려와 함께 "구태와 역행"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운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리 짜인 '판'에 갇힌 초대 통합의회
24일 광주·전남 시·도의회에 따르면 초대 통합특별시의회 당선인 안건협의체는 3차례 논의 끝에 '의정 활동의 꽃'인 11개 상임위원회의 지역 배분안을 확정했다. 예상대로 전남 쏠림이 두드러졌다. 부의장 1명을 제외하고, 의장단과 운영위원장을 모두 전남권이 차지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 역시 전남에 7석, 광주에 4석을 배치했다.
의회사무처와 통합시장·교육감 비서실을 담당하며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핵심 기구인 의회 운영위원회마저 전남도의회 몫으로 배정했다. 선임 상임위인 기획재정위, 핵심 상임위인 행정소방위, 교육위도 전남이 차지했다. 이로써 초대 통합의회는 전남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현실화했다.
의장단 선출 과정 역시 민주당 의원 83명이 자율 경선으로 진행했으나, 충분한 토론이나 검증 과정이 생략되면서 "나눠먹기식 야합"이라는 공개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임위원장 선거까지도 "답이 정해진 요식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91석 중 민주당이 91.2%를 차지한 가운데 교섭단체 구성기준을 '10명 이상'으로 못 박으며 진보당, 조국혁신당, 국민의힘 등 소수 정당 당선인 8명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
진보당 윤민호 당선인은 이날 당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비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7월1일 조례가 통과돼야 확정되는 것인데 이미 상임위원장 출마까지 예견되는 등 민주주의 절차와 거리가 먼 모습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서영미 당선인도 "교섭단체 구성과 의안 발의 요건을 10명 이상으로 정하면 소수정당의 의회 운영 참여를 차단하고 입법 활동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전체 당선인의 24%에 달하는 여성 의원조차 의장단에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고, 상임위원장에도 11명 중 단 한 명만 거론되고 있어 성별 다양성도 불균형이 심각한 실정이다.
◆견제와 균형 상실, 권역간 간 갈등 우려
당장 집행부와 의회가 같은 정당으로 묶이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동신대 조진상 명예교수는 "절대 다수당이 집행부와 같은 정당일 경우 자칫 의회가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18을 담당하는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 소관 상임위가 연관성이 없는 보건복지위로 조정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 안에서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생뚱맞은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불균형에 따른 갈등도 난제다.
인구는 광주가 1.28배 많음에도 의석은 전남이 2.25배를 차지해 인구 대비 의원정수 불균형은 초대 의회 임기 4년 내내 과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과소 대표, 과대 대표 논란 속에 광주권 의원들은 차기 지방선거 정치개혁 의제로도 보고 있다.
민주당 내 감투 싸움 등 헤게모니를 둘러싼 당 내부 갈등과 '제 식구 감싸기' 관행도 선례들에 비춰볼 때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의회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치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민주적 절차, 정치적 다양성이 실종됐다"며 "민주화 성지 광주와 전남에서 처음 시작하는 최초 모델인데, 정치문화가 퇴행하고 민의의 전당이 특정 정당에 전유물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법은 없나…"구태 벗고 협치, 배려, 투명 의회로"
통합시의회의 성공적 연착륙을 위해서는 단순히 덩치만 커진 의회가 아닌, 실질적 협치와 민주적 운영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당장 협치기구 상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수당의 일방통행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비민주당 간 협의체를 상설화해 원 구성 등 중요 결정 시 초당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소수 정당의 의정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해 원내 진입장벽을 낮추고, 핵심 위원회인 예결위와 운영위에 소수 정당 의원들의 참여를 의무화해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의사 결과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정 감시시스템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대선거구 확대 등 정치개혁도 주요 과제다.
소수정당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정치개혁이 시급하다"며 "특정 지역 과대 대표 현상을 막기 위해 모든 선거구에 3~5인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전면 도입과 비례대표 의석비율 확대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도의회는 이날 당선인들에게 7월1일 첫 임시회에서 처리해야 할 필수 자치법규와 통합의회 개원 일정 등을 안내했다. 통합의회는 첫 임시회를 시작으로 통합특별시 출범에 필요한 의회 운영 체계를 순차적으로 갖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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