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3회 연속 불출석으로 항소취하 간주
유족 측 "재판받을 권리 침해" 주장했지만
法 "민사소송법상 발생 효력 배제 어려워"
유족 "재판소원 또 할 것…쓰러지지 않겠다"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권경애(61·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의 연속 불출석으로 종료된 이른바 '학폭 노쇼 사건'에서 유족 측이 항소취하 간주 효력을 다퉜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변호사의 연속 불출석 행위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민사소송법에 따라 발생한 항소취하 간주 효력은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소송이 이미 종료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8-2부(고법판사 오영상·임종효·최은정)는 24일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학교폭력 가해자와 서울시교육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2022년 11월 10일 항소취하 간주로 모두 종료됐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에 앞서 이 사건 판결 결과와 별개로 저희 재판부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원고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 변호사가 이 사건 항소심에서 3회 연속 불출석함으로써 이씨가 가해자 등에 대해 항소한 부분이 취하간주로 종결되도록 한 행위는 이씨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에 따라 처리할 의무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반한 것"이라며 "그 위법성이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 변호사가 이에 관해 이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개로, 이 사건 항소취하 간주는 민사소송법 268조의 요건 충족으로 법률에 의해 발생하는 효과"라며 "권씨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출석했다는 사정이나 이씨가 주장하는 소송대리인의 대리권 남용 사정만으로는 항소취하 간주 효력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 대리인이 재판에 불출석한 경우 다음 변론기일은 당사자 본인에게도 송달해야 하므로 이씨 본인에 대한 기일 통지 없이 이뤄진 항소취하 간주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은 제도 개선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이 사건에서 항소취하 간주 효력을 배제할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일부 피고들에 대해서는 항소취하 간주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1·2차 변론조서를 보면 피고들이 변론기일에서 진술 또는 변론하지 않음으로써 항소취하 간주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이씨는 법정에서 "변호사가 고의로 소송을 말아먹었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판사님들 부끄럽지 않으시냐"고 항의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이씨는 "(재판부가) 위로를 전한다고 했으나 제기한 문제들을 전부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얘기했고, 심지어 소송비용도 부담하라고 판결했는데 법이 이래도 되냐"며 재차 울먹였다.
이어 "학교폭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과정들을 거치며 '시스템 어딘가에는 그래도 사안을 제대로 바라봐주고 피해자 눈물을 닦아주는 구석이 어딘가엔 있겠지'란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그런데 제가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해 왜 안되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있다면 구제해야 할 방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향후 대응을 묻자 "재판소원 과정을 또 해야 하는데 이기기 위해서 그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저희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며 "오늘 법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눈물도 흘렸지만 괜찮다. 절대 쓰러지지 않고 굳건하게 없는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사건은 2022년 11월 10일 당시 이씨를 대리하던 권 변호사의 3회 연속 불출석으로 '항소 취하 간주(원고 패소)'로 종료된 일명 '학폭 노쇼 사건'이다.
유족은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서 권 변호사가 3회 연속 불출석하며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돼 2022년 11월 패했고, 권 변호사가 5개월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아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지난달 유족 측 신청으로 변론기일이 열렸다. 유족 측은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재판 불출석 경위를 신문해야 하며, 권 변호사가 개인적 의도를 갖고 변론기일을 알리지 않은 정황이 있으므로 절차적 불이익을 원고에게 귀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은 항소취하 간주에 관한 민사소송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라며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씨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최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져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1·2심에서 승소했으나 권 변호사의 책임을 묻는 데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한 이씨 측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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