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사건 연루 故 지학순 주교 조카 등
재심청구 기각에 헌법소원…7대2 헌법불합치
형소법 조항, 2027년 말까지 한시 효력 유지
헌재는 24일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조카인 유족 3명이 형사소송법 424조 4호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을 선언하되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해 형식적으로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424조 4호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에게 재심청구권을 부여한다.
청구인들은 여순사건에 연루돼 수감된 뒤 6·25 전쟁 초기 대전 골령골에서 방첩대, 헌병, 경찰 등에 의해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조카들이다.
청구인 중에는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던 고(故) 지학순 주교의 조카 조모씨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법원에 낸 재심 청구가 모두 기각되자, 형사소송법 조항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특정 국가폭력 사건에 한정해서 위헌이라고 결론지었다.
8·15 광복 이후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자행된 불법 민간인 집단 사망·살인·상해·실종·고문·구금 사건, 광복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시기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상해·실종·고문·구금, 그밖에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이 대상이다.
이들 국가폭력 사건으로 부당하게 유죄 선고를 받은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에 한정해 재심 청구 요건을 직계존속 등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런 사건들에서) 적법한 재심 청구권자들이 재심을 청구할 수 없게 된 데에는 국가가 주체가 돼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오랜 기간 국가의 방해로 인해 재심 청구 등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았다는 사정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 선고할 경우 국가폭력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들이 재심을 청구할 근거 조항이 사라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입법 과정에 재심 청구권자를 확대할 수도 있지만, 검사에게 재심을 청구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를 선택했다.
시한은 2027년 12월 31일까지로 정해 그동안은 이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고 적용 가능하도록 했다.
보수 성향 재판관으로 분류되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규정해 법적 안정성을 위해 구체적 정의나 재판의 적정성을 현저히 희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에 의한 직권 재심 청구가 이미 형사소송법에 따라 가능한 점, 과거사 관련 특별법에 형사소송법 424조의 적용을 배제한 특별 조항을 둔 점을 고려하면 위헌적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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