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부작용 커…허용 후회"
상장 한 달 만에 시총 3배…"'숏감마'가 증시 변동성 키워"
꺼낼 카드 제한적…'투자자 보호' 차원 감독 강화 가능성도
[서울=뉴시스]이지민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두고 사실상 정책 실패를 인정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나섰다.
다만, 상장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시가총액이 3배 가까이 불어나는 등 투자 수요가 폭발한 상황에서 규제 방안도 마땅치 않아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부작용이 너무 커져 고민이 많은 상태"라며 "최근 금감원이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지만 '쿨링 다운'이 안 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났다.
이 원장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가 초래되는 극심한 회전율을 보이고 있다"며 "증시 변동성이 오면 가계에 큰 충격이 될 수 있어 별도의 안전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도 도입 당시)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며 "어떻게든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상장 한 달 만에 시총 3배…"'숏감마' 증시 변동성 키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12조3000억원으로 지난달 27일 상장 당시 보다 약 3배 늘었다.
거래대금 쏠림 현상도 뚜렷하다. 전날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전체 ETF 시장의 약 34%를 차지했다. ETF 시장 거래의 3분의 1 이상이 이들 상품에 집중된 셈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8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일평균 매매회전율(5월 27일~6월 12일)이 122.5%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현물 주식의 회전율(1% 미만)은 물론 국내 주식형 레버리지·인버스 ETF 평균(30.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심할 경우 회전율은 200%에 육박하는 등 초단기 매매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 원장은 "극심한 회전율로 시총의 적게는 40% 많게는 70%를 수수료로 내는 것으로 추계된다"며 "증권사 배불리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날 코스피 급락 과정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따른 이른바 '숏감마' 현상이 낙폭 확대 요인으로 거론됐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가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현물과 선물을 추가 매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하락 압력이 다시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의 손실 위험도 함께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만에 최대 60%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제 수단 제한적…'투자자 보호' 차원 감독 강화 가능성도
문제는 자금 쏠림과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당국이 꺼내 들 수 있는 규제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미수금 규제나 신용공여 제한 등을 언급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애초부터 신용거래나 미수거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금융당국은 상품 자체에 레버리지가 내재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른바 '이중 레버리지'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융자와 미수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개별 종목이나, 두 종목 비중이 높은 ETF들의 신용·미수거래를 조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투자 진입 문턱을 높이는 방안이 꼽힌다. 현재 투자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를 위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예치하고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하는 2시간 분량의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탁금이나 교육을 강화해 진입 장벽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에 대한 확신이 워낙 강한 상황이라 자금 쏠림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ETF 시장 전반에 두 종목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구조적인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5개 중 1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담고 있다"며 "운용사들이 반도체 관련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나 운용사에 대한 감독 강화 기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ETF 운용 과정에서의 위험관리 체계와 투자자 보호 조치는 물론 LP의 호가 관리 적정성, 시장조성 과정에서의 불건전영업 여부 등에 대한 점검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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