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무역 장벽·투자 위축"…국민투표 이후 7번째 총리 교체 앞둬
EU 대상 수출 12%, 수입 16% 줄어…영국인 절반 안팎 "예상보다 나빠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국민투표 10년을 맞아 영국이 무역 장벽, 투자 위축, 노동시장 변화의 경제적 부담과 정치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직전 영국 정부는 EU 탈퇴가 경제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 비용은 시간이 지나며 누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은 2016년 6월23일 국민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EU 탈퇴를 선택했다. 그러나 2016년 투표는 탈퇴 결정이었고, 실제 공식 탈퇴는 수년간의 협상 끝에 2020년 1월 이뤄졌다. 이후 11개월의 전환기간을 거쳐 무역 규칙이 본격적으로 바뀐 것은 2021년부터였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의 영향은 코로나19 팬데믹, 에너지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의 충격과 분리해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다수 경제학자는 영국 경제가 EU에 남아 있었을 때보다 작아졌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탠퍼드대 니컬러스 블룸 교수 연구팀은 브렉시트가 영국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8% 줄였다고 추정했다. 일부 경제학자는 이 연구의 방법론에는 이견을 보이지만, 영국 경제가 EU에 남았을 때보다 4~6% 작아졌다는 큰 방향에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의 독립 재정감시기구인 예산책임청(OBR)도 브렉시트가 장기 생산성을 4%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규모가 작아진다는 것은 단순한 통계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세수가 줄어 정부 지출 여력이 약해지고, 국민 생활수준 개선 속도도 느려진다는 뜻이다.
가장 큰 비용은 영국과 가까운 4억5000만명 규모의 EU 시장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새 장벽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2021년 체결된 무역협정으로 관세는 대부분 0%로 유지됐지만, 서류 작업, 국경 검사, 규제 차이가 늘었다.
조개류 양식업자처럼 신선식품을 유럽으로 보내던 일부 사업자들은 추가 검역과 통관 절차 때문에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소규모 기업들도 시간과 비용 부담 탓에 유럽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을 줄였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 공동 무역정책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게 됐다. 이후 72개국을 대상으로 39개 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들 협정이 EU와의 무역 손실을 메우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EU는 지금도 영국 전체 교역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 상대다.
기업 투자도 브렉시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투표 직후 기업들은 장기간 협상과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미뤘다. 이후 투자는 다시 늘었지만, 브렉시트가 없었다면 가능했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최근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장기 기업투자가 약 4% 줄었다고 분석했다. 통관 대행업자, 컨설턴트, 변호사처럼 늘어난 규제와 절차로 수요가 커진 분야도 있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부정적 효과가 훨씬 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노동시장도 달라졌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EU 탈퇴가 이민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비EU 국가 출신 이민자가 크게 늘었다. 비EU 국가 출신 이민자는 EU 출신 노동자와 다른 비자 요건을 적용받았고, 유입 직종과 숙련도도 달라지면서 영국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었다.
런던은 우려와 달리 유럽 최대 금융허브 지위를 잃지는 않았다. 다른 유럽 도시가 런던을 완전히 대체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일부 주식거래는 암스테르담으로, 자산운용 업무 일부는 더블린으로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이를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니라 타이어 바람이 천천히 빠지는 흐름에 비유한다.
경제 손실만큼 눈에 띄는 것은 정치 불안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하면서 영국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7번째 총리를 맞을 전망이다. 브렉시트는 총리 교체, 정당 내분, EU와의 관계 재설정 논쟁을 낳으며 영국 정치 불안을 키워왔다.
브렉시트 선택을 후회하는 여론도 커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인의 절반 가까이는 브렉시트가 예상보다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절반을 조금 넘는 응답자가 EU 재가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국이 단기간에 EU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동당은 EU와 더 가까운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재가입, 국경 간 자유이동 허용은 배제하고 있다. EU 내부에서도 영국과 대대적인 재협상에 나서려는 의지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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