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수급지수 5년 반 만에 가장 '심각'…수급불균형 '빨간불'
대출 규제·전세난에 임대 수요 매매 수요로 전환 집값 상승 압력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외곽지역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5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급증하고, 신고가 경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전세난이 맞물리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외곽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전세 물량 급감으로 밀려난 무주택 수요까지 매매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외곽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값은 7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셋째 주(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동일한 0.27%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3개 구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성북구(0.40%)는 종암동과 길음동 중소형 단지를 중심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어 은평구(0.37%), 서대문구(0.31%), 강남구(0.31%), 노원구(0.25%), 관악구(0.23%), 금천구(0.22%)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서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역세권·대단지와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며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5월 16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의 81.6%가 15억원 이하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3개월 평균(78.2%)보다 3%p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격대별로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7%에서 23.6%로, 6억~9억원 구간은 26.3%에서 28.7%로 확대됐다. 반면 15억~25억원 구간은 15.1%에서 13.2%로 줄었고, 25억원 초과 거래도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노원구를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됐다. 노원구는 지난 4월 아파트 거래량이 920건으로, 서울 자치구 평균의 3배를 웃돌았다.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곽지역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경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랑구 신내동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전용면적 84㎡)는 지난 13일 1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전용면적 84㎡) 역시 지난달 12일 1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다시 썼다. 1년 전 11억원대 중후반이던 시세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서울 외곽지역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임대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를 기록했다. 2021년 2월 셋째 주(122.8) 이후 약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월세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월세수급지수는 지난달 서울 기준 114.8로, 전월 대비 5.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들어 1포인트 안팎에 머물던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불안이 매매 수요를 자극하며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격차 축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세 매물 감소세가 구조적으로 이어지면서 전·월세시장 불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실거주 목적의 매수 전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서울 외곽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지역 간 가격 격차를 좁히는 이른바 '갭 메우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압력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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