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협회, 유료방송 정책 재정립 세미나
지난해 SO 방송사업 영업이익률 -7.04% 기록
"요금 규제 완화하고 방발기금 부담 줄여야"
"한계 사업자 퇴출 제도 도입 시급" 목소리도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국내 케이블TV(SO)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4년 연속 심각한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인 방송을 팔아서는 돈을 전혀 못 벌고 인터넷이나 렌탈 같은 부업을 늘려 겨우 연명하는 수준이다. 학계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판도가 바뀐 만큼 구조적 적자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훈 청주대 회계학과 교수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방송미디어 구조 변화에 따른 유료방송 정책 재정립 방안 마련'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본업은 적자인데 부업으로 땜질…작년 방송사업 영업이익률 -7.04%
정 교수가 방송사업자들의 회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순수 방송사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04%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6.65%, 2023년 -10.78%, 2024년 -10.94%에 이어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렌탈 등 다른 사업을 합친 법인 전체 성적표는 흑자처럼 보였지만, 방송 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국내 12개 케이블TV 사업자가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모두 적자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자들은 방송이 아닌 비방송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등 전기통신사업과 기타 부가사업을 포함한 비방송 매출 비중은 지난 2022년 35.4%에서 지난해 40.1%로 치솟았다.
회계 분리 후 따져본 방송 사업의 영업손실은 지난해에만 1123억원에 달했다. 2023년 1816억원, 2024년 1791억원에 비하면 적자 폭이 일부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이는 장사가 잘돼서가 아니다.
정 교수는 "지난해 적자가 줄어든 것은 매출이 회복된 것이 아니라 마케팅비와 판매관리비를 혹독하게 아낀 결과"라며 "전체 매출 위축이 계속되는 한 구조적인 흑자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케이블TV 매출은 최근 4년간 8.9% 쪼그라들었다. SO 방송사업 적자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적자인 만큼 유료방송 정책이 '산업 전체의 구조적 적자 개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 생각이다.
◆정부 지원 타이밍 놓쳤다…안전한 '퇴출 통로' 마련 필요
학계 전문가들은 유료방송 정책의 패러다임을 '규제'에서 '구조적 적자 개선'으로 당장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요금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현행 요금 승인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등 콘텐츠 대기업과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도 케이블TV의 이 같은 적자 구조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부담 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정 교수는 "방송 사업에서 돈을 전혀 못 버는데도 기금을 강제로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수기 렌탈 같은 부업으로 번 수익으로 방발기금을 내는 황당한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케이블TV의 위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실효성 있는 규제 개선이나 지원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 지원과 중장기적인 매출 회복 방안이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정부는 인수합병 등 구조 개편 국면에서 SO 정체성을 재정립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시기를 놓쳤고, 그 결과 SO 위상은 더욱 불분명해졌다"며 "이제는 더 이상 사업 유지가 불가능한 한계 사업자에 대해 시장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 출구 전략과 관리형 퇴출 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