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싱크넥스트 26' 개막작
한불 공동 창작…7월 3일 세계 초연
"악보·연출 없어…음악 본연을 즐기길"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전통 악기와 전통 음악 장르가 현대적 감각으로 만나 과거와 현재를 '소리'로 잇는다. 인간이 태초부터 마주해 온 본질적인 소리를 탐구하며 국경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이다.
다음달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싱크 넥스트(Sync Next) 26' 개막작 '바람만으로 모래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소리'를 주제로 한 한불 공동 창작 프로젝트다.
2022년 시작해 올해 5년 차를 맞은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공연 플랫폼 '싱크 넥스트'의 올해 첫 작품으로, 한국과 프랑스 예술가 6명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소리로 연결한다.
22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종합연습실에서 만난 사운드 아티스트 해미 클레멘세비츠(Rémi Klemensiewicz), 해금 연주자 김예지, 비올라 다모레(Viola d'amore) 연주자 올리비에 마랭을 만났다. 공연에는 이 외에도 정가 연주자 조윤영,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 중세 성가 연주자 크리스티앙 플루아가 함께한다.
작품의 시작은 2024년으로 거슬러 간다. 김예지는 문화적 교류를 위해 방문한 미국 뉴욕에 있는 아트 오미(Art Omi)에서 마랭을 만났다. 3주 동안 이곳에서 지내면서 한국과 프랑스 문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특히 한국에서 전통 음악이 지속해서 보존되는 것에 관심을 가진 마랭과 소통하고, 그가 연주하는 비올라 다모레와 해금의 유사성에 서로 뜻이 통했다.
이듬해 마랭이 연출하는 페스티벌에 초청됐고, 이 자리에 참석한 클레멘세비츠와 마주하며 본격적인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김혜지는 "처음에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 작곡가를 초청해서 각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작곡가의 곡을 연주로 시작할까 했다"면서도 "이는 진부한 것 같아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언어와 소리에 대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과 프랑스의 모음 구조였다. 모든 언어에 존재하는 모음에 접근했고, 구강 구조와 쓰임에 따라 달라지는 이 지점을 음악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 클레멘세비츠는 전자음악과 시각 예술을 공부해 시청각이 교감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그가 지속해서 집중했던 부분은 모음의 소리라고 한다.
아울러 올해 한불 수교 140주년을 예술로도 조명하고 싶었다. 클레멘세비츠는 "저희 세 명이 처음 만나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한불 수교 맥락에서도 연결됐으면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평소 국악에 관심이 많았던 클레멘세비츠는 "이 작업을 구상하면서 정가(正歌)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그렇다면 이와 대조하기 위해 중세 성가(聖歌)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예지는 "정가와 성가가 각국의 문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장르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거문고는 정가라는 장르에서 빠질 수 없어 포함했고, 중심을 잡아주면 (음악적으로) 좋은 밸런스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작품은 장면 0~5 등 총 6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태초의 목소리 ▲부딪히고 흔들리는 소리 ▲서로 마주하는 소리 ▲숨을 들이고 내뱉는 소리 ▲함께 존재하는 소리 등을 주제로 공연된다.
작품의 전반적인 장면에는 주제의식이 담겨 있어 악기와 가창을 통해 표현하려는 전체적인 큰 그림이 있지만 구체적인 악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음악을 어떤 한 정의로 규격화하려 하지 않는 시도라는 이들의 설명이다.
클레멘세비치는 "따로 연출 같은 존재 없고 저희 세 명이 음악을 구성하면서 작곡하기도 하고 전체 다이렉션을 주고 있다"며 "동서(東西), 전통과 현대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랭은 "컨템퍼러리는 동시대를 산다를 정의한다며 아티스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연결해주는 사람"이라며 "지금 이 시대는 다른 나라와의 연결과 교류가 쉬워졌다. 아티스트는 이 교차점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예지는 공연 관람 포인트를 묻자 "소리의 발생 근원을 다룬다"며 환경적 차이에 따라 울림이 달라지는 소리의 변화를 관객과 나누고 싶은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눈은 눈꺼풀이 있는 것과 달리 귀는 귀꺼풀이 없어 항상 열려있어 우리는 늘 소리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소리 본연을 즐겼으면 한다"고 했다.
클레멘세비치는 "누구나 음악적 취향은 있지만 (이번 공연으로) 장면이 가진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음악 자체를 경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6 코리아라운드 컬처(Kore·A·Round Culture)' 사업, 프랑스문화원(Institut Français)의 PIDA 지원을 받아 제작됐고 주한프랑스대사관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앞서 오는 24일 축약본이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공연된다. 이후 내달 7일 서울 종로구 일인미술관에서도 축약본이, 파리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에서 10월 1일, 영국 런던 스톤네스트에서 10월 3일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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