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덮친 '좀비 유니콘'…코로나 거품 꺼지자 몸값↓

기사등록 2026/06/22 11:42:04 최종수정 2026/06/22 12:46:24

1900곳 가운데 383곳, 3년간 신규 투자 공개 안해

초저금리 때 과대평가된 가치…현재 정당화 어려워

"내년 말, 최고 1540조원 달하는 몸값 조정 벌어져"

[뉴욕=AP/뉴시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기자회견이 지난 17일 뉴욕증권거래소 화면에 재생되고 있다. 2026.06.22.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에 '좀비 유니콘'이 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한때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5300여억원)를 넘기며 주목받았던 스타트업들이 초저금리 시대에 부풀려진 몸값을 유지하지 못한 채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스탠포드대 일리야 스트레불라예프 교수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 1900곳 가운데 332곳은 최근 투자 유치 과정에서 최고 기업가치 또는 그 이하를 기준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곳은 212개에 달했으며, 최근 3년간 신규 투자 유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도 383곳에 이르렀다. 41개 기업은 사실상 유니콘 지위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자료는 불확실성이 매우 커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일부 기업은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아 투자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기업이 (과거의) 비현실적인 몸값을 정당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상당수가 사실상 좀비(undead)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속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까지 VC 자금을 대거 유치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VC 투자 규모는 2230억 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금리가 오르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지난해 투자 규모가 660억 달러로 급감했다.

대표적으로 유명인이 팬의 요구에 따라 영상 메세지를 제작해주는 '카메오'의 기업가치는 2021년 10억 달러에서 현재 82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었으며, 정신건강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손더마인드' 몸값도 11억 달러에서 7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이전까지 5~10년 동안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 추가 투자 유치로 성장세를 회복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금이 인공지능(AI) 분야로 집중되면서 조달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기업은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받거나, 여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내년 말 VC가 본격적인 투자 성과를 요구하며 기업들이 몸값 재조정에 나설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피치북은 5000억~1조 달러(최고 약 1540조원)에 달하는 순 가치 삭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위 10개 기업을 제외한 유니콘 기업들의 총 가치가 약 5조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라고 평가했다.

VC 역시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펀드 수익률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고, 특히 AI 대표 기업에 투자하지 못한 펀드들은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상위 5% 펀드가 전체 이익의 90%를 창출한다며, 최상위 VC 외에 투자를 꺼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일부 VC는 만기가 정해진 기존 폐쇄형 펀드 대신에 지속형 펀드 등으로 전환하거나,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2차 시장을 통해 거래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되살리기 한계가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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