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말은 밥·갈아 마시는 과일 주스, 노년기 위장 운동 세포 망가뜨리는 주범
소화 흡수율 급감했다는 위험 신호일 수도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나이가 들수록 삼시 세끼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도 기운이 없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많다. 흔히 '밥이 보약'이라고 하지만, 노화로 인해 소화 흡수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식사를 잘해도 영양소가 몸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배부른 영양실조'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21일 유튜브 채널 '김재원TV'에 출연해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 관리에 대해 경고했다. 박 교수는 "나이가 들면 소화 흡수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어 먹은 음식을 온전히 흡수하기 어렵다"라며 "단순히 삼시 세끼 밥 위주로만 먹기보다는 고기, 생선, 달걀 같은 단백질과 채소류의 섬유질을 균형 있게 섭취해 적당한 포만감을 유지해야 뇌와 전신으로 혈류가 원활하게 공급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년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변 습관의 변화'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과거에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꼴로 변을 보던 사람이 갑자기 매일 변을 보게 되면 장이 건강해졌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히려 음식물의 영양소가 체내에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되는 소화 흡수 저하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화를 돕기 위해 음식을 물이나 국에 말아 먹거나, 과일과 채소를 갈아서 액상 형태로 섭취하는 습관도 지양해야 한다. 음식을 갈아서 죽이나 즙 형태로 먹으면 일시적인 위장 장애나 수술 직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일상적으로 지속하면 위장관 운동 기능이 떨어지고 세포가 약해진다. 또한 아침에 과일을 갈아서 마시는 습관은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다음 식사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고체 형태의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
과도한 건강 염려증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이들이 많으나, 노년기 여성의 경우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체내 지방을 무리하게 끌어다 쓰게 되면서 교감신경이 과성장하고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기력 저하나 갑작스러운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식사 직전 기운이 극도로 떨어질 때는 꿀이나 포도 등 바로 연료로 쓸 수 있는 단순당을 소량 섭취해 소화할 수 있는 힘을 먼저 불어넣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운동이 무조건 좋다는 맹신도 위험하다. 노년기에는 에너지 소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아무리 음식을 잘 먹어도 회복되지 않으며, 오히려 소화 흡수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진료실을 찾았던 한 70대 남성은 매우 좋은 체력을 과시하며 매일 트레드밀에서 2시간씩 무리하게 뛰다가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례가 있다. 운동이나 신체 활동은 본인 체력의 80%만 사용하고 늘 약간의 여력을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녀들은 부모의 기력 저하 신호를 평소 표정이나 행동 변화를 통해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노년층은 감정의 바탕에 체력이 자리 잡고 있어, 힘이 떨어지면 매사에 귀찮아하고 짜증을 내거나 인상을 쓰는 등 표정부터 달라진다. 대화 중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인상이 굳어지는 등의 변화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영양 상태나 기력이 저하되지 않았는지 살피고 기록해 두는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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