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게 생명을 주는 한 계속하겠다"던 모나 칼릴
레바논 남부 해변서 25년 넘게 바다거북 산란지 보호
자택 겸 보호 거점 공습에 중상…베이루트 병원서 끝내 사망
바다거북 보호에 평생을 바친 레바논 환경운동가 모나 칼릴이 생전 남긴 말이다.
레바논 남부에서 바다거북 산란지를 지켜온 칼릴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뒤 숨졌다. 공습을 받은 곳은 칼릴이 자택에서 운영하던 바다거북 보호 활동 거점 ‘오렌지 하우스’였다. 향년 76세.
영국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레바논 해양 보호 활동가 칼릴이 이달 초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상을 입은 뒤 베이루트의 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칼릴의 지인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칼릴은 지중해 연안 도시 티레 인근에서 자택을 바다거북 보호와 생태 관광의 거점으로 꾸린 오렌지 하우스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자원봉사자들을 머물게 하며 약 1마일 길이의 해변을 청소하고 바다거북 산란지를 지켜왔다. 관광객들에게도 숙박을 제공하며 생태 보전의 필요성을 알렸다.
칼릴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레바논 내전 당시 네덜란드로 피신했다. 이후 1999년 가족 소유의 땅으로 돌아왔다가 어느 날 저녁 해변 모래밭에 둥지를 파는 바다거북을 우연히 마주했다. 그 만남이 그의 남은 삶을 바꿨다.
그는 자신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네덜란드를 기리는 뜻에서 집을 네덜란드의 상징색인 주황색으로 칠했다. 이후 이 집은 남부 레바논 해안에서 산란하는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을 보호하는 생태 관광 거점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은 이곳을 찾기 전 레바논 군 당국의 방문 허가 절차를 거쳐야 했다. 칼릴의 숙소가 있는 지역은 이스라엘이 여러 차례 침공하고 점령했던 땅이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허가를 받은 방문객들은 꽃으로 둘러싸인 마당과 구조된 개·고양이들이 있는 그의 집에 머물렀다. 바나나밭 사이로 조금만 걸으면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해변이 나왔다.
칼릴의 활동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일부 지역 주민과 부동산 개발업자, 폭약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던 어민들은 그의 보호 활동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칼릴은 폭약을 이용한 어업에 맞서 싸웠고, 결국 이 관행을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의 집은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전쟁 당시에도 폭격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칼릴은 떠나지 않았다. 그는 2017년 인터뷰에서 바다거북 보호 활동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신이 내게 생명을 주는 한”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레바논 야생동물 보호단체 그린 서더너스는 칼릴을 “레바논의 여러 세대가 생태계의 가치를 깨닫고 보호하도록 영감을 준 환경운동가”라고 추모했다.
환경 분야 사회적기업 라이브 러브 베이루트도 칼릴이 남긴 유산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그의 삶은 이타적이었고 깊은 영향을 남겼다”며 그가 아꼈던 일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칼릴은 생전 바다거북을 지키는 일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고 말해왔다. 그가 머물던 오렌지색 집은 공습을 받았지만, 칼릴이 지키려 했던 해변에서는 앞으로도 새끼 바다거북들이 지중해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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